brunch

울고 웃었던 순간

책의 세상에서 놀다

by 무 한소

토론 모임이 있었던 날 아침부터 하늘은 금세 몸속에 있는 무언가를 토해낼 것같이 흐렸다. 누군가 반드시 채워야 하는 좌표가 아니라 해도 다른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자리가 있다. 비록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곳은 흡수와 수용을 대신한 자리이다. 위안과 위로를 느꼈던 따뜻한 자리이기도 하다. 토론은 수애가 변화와 성장이라는 작은 목표와는 달리 그저 좋아서 참여했고 쫓았던 모임이었다. 모임의 가치로 생각하는 매개는 물론 '책'이었다.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조금 다른 생각으로 변화나 성장보다는 '이해'라는 입장에서 수단이며 도구가 되는 것이 바로 '책'이라고 믿었다.


그 안에 수애가 있었다.


그 한가운데 그녀도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가상의 모임에서 수애와 타자들은 사랑을 느낀다. 위로와 위안의 토대가 되는 따뜻함이 있고 포근함으로 토론과 관계를 이어왔다. 그녀의 가슴에는 울분이 깔려 있었고 곧 실천으로 사람들의 입장을 대표해서 드러내기도 했다. 수애는 궁금해졌다. 그녀 내면에 가득 찬 사랑이 항상 베풂이 되어 빛이 난다는 것은 사람으로 인간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이 너무나 커서 신의 마음에 다가서고 경쟁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하면 그럴 수 있을까. 수애는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의 욕구를 합리화하며 그녀의 마음이 만들어진 거라, 발톱을 숨긴 진심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 몰아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애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마음에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어쩌면 모성애를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이 그녀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수애는 알고 있다. 그 사랑이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인정 욕구나 인정하지 않으나 내면에서 솟아오른 질투심까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탐욕이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녀 덕분에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갇혀있는 의식에서 조금씩 프레임 밖으로 나와 안을 살피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서 나오지 못한 시선 또한 어떤 범주안에 머물러 고인 물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썩지 않기를 기대한다.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그 자리에서 빛나려는 의도도 아니었다


독서 토론이 한창이었던 시간, 창밖에 그녀와 우리를 토닥이는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2024년은 우리의 시선을 의식하듯, 질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운 눈과 창을 넘어온 오후 햇살이 따사로운 은총으로 가상의 공간 사계절 토론에 닿았다.


성근 눈과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사뿐히 창을 넘어 가상의 공간에서 그녀들과 책이 만난 세상에서 수애는 잊지 못할 경외감에 사로잡혔다. 모임의 가치를 거룩하게 올려 준 그녀 덕분이기도 했다. 그 순간 떠오르는 메시지를 전해본다.


나의 사계절, 여러분께♡


잠시 스치듯 지난 눈이 내 눈에만 성글게 비쳤을까요


가상의 공간 사계절 토론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덜고 비워내는 내 감정을

다시, 쓸쓸히 채워 나가는데

사계절 독서토론 모임이 분명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의 마음은 돌고 돌아

원을 이루고 있듯

알고 있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알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아닐까요


좀 덜 흔들리고 아파하려고

좀 더 나누고 사랑하려고...

자신을 이해하는 중이랍니다


여러분, 오늘은 조금 더 평온하고 안온하시길요

토론 내내 햇살을 잘 받아주는 창이 있어

그 은총이 내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사랑과 배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여러분과 함께해 온 시간을 감정으로 담아봅니다

사계절 독서모임이 당신의 창이 되어 드릴게요

해를 이어서도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울고 웃었던>


울고 웃고 함께 나누었던 순간

그 시간 우린

책의 세상으로 들어가

서로에게 기댔고

함께 도모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며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호흡에 의지 했다

펄롱이 뱉어내는 숨소리와

입김으로 덧씌워진

겨울 새벽, 아득한 세상


그의 세상과 나의 세계가 부딪힌다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그의 호흡에 나의 숨을 싣는다

세대를 전환해, 세계를 확장해

다른 세상을 꿈꾸며

지금 우리의 울분을

펄롱의 거친 호흡에 얹는다


몇백 년이 지난 시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과 부딪히며

아주 잠깐 밝은 미래를 꿈꿨다


그녀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겼고

마침내 투사로 나섰으며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가치와 희망에 빛을 실었다

그렇게 해서 아주 사사로운, 장엄한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너는 글쓰기로

위액을 토해냈고

한 움큼 약을 집어삼키며

신장 전체가 망가지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내어본다

연필로 펜으로 꾹!! 눌러쓴 글쓰기로

덮어둔 감정보다

더 짓눌렸던 울분을 터트렸다


그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발맞추어 걸었고

함께 소리를 내었다

한마음으로


책을 읽고 돌아보고 함께 나누는

토론이라는 가상의 공간

이 허수의 세상에서

우리가 논한 가치를 실현하는 순간이다

각각의 미약한 힘이

서로 희미한 색 에너지에 영향을 받아

빛을 찾는다


덧,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