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난 교실의 침묵

k-중3의 진통

by 무 한소

시험이 끝난 후, 교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시험 이후, 보통이라면 어수선했을 교실. 웃음이 터지고, 아이들의 부산함으로 의자가 밀리고, 문제지를 넘기며 종이들이 한꺼번에 접히는 소리가 들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사이 잡담이 길게 이어져야 하는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말 대신 눈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핸드폰을 향한 그들의 동경과 사랑. 말 대신 화면만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시험은 분명 끝났는데, 교실의 분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처럼 남아 있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면 밝아질 거라고들 생각한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뭔가 주기적으로 슬럼프를 겪는 것처럼. 시험이 끝난 교실은 오히려 더 깊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과정은 과정일 뿐이고 결과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면 결과를 알게 될 순간을 미루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먼저 감정을 접는다. 기대도, 실망도,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잠시 눌러둔다.

“괜찮아요.”
요즘 아이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다.

그 말이 진심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괜찮다는 말은 대답처럼 들리지만, 사실, 질문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게 하는 방어에 가깝다. 그들이 살기 위한 방어기제.
잘 봤는지, 어려웠는지, 속상한 게 있는지 묻는 질문 앞에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단히 웃어넘긴다. 말이 줄어든다기보다, 뱉어 낼 언어를 잠시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시험은 끝났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보다 더 두려운 건, 문제를 분석, 생각하기 전에 나온 결과다.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며 다시, 말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다. 실패보다 실패를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더 부담스러운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침묵이 아이들의 선택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보호하려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에 익숙한 요즘은 감정에도 속도를 요구한다. 시험을 빨리 끝내고, 결과는 더 빨리 받아들이고, 감정은 오래 붙들지 않는 것이 효율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은 슬퍼할 시간도, 실망과 마주할 시간도 충분히 겪지 못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뒤의 교실은,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로 어쩌면 더 조용해진다. 그날 나는 아이들에게 점수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욕구는 꾹 누르고 대신 이렇게 물었다.
“이번 시험 볼 때, 그 순간 마음은 어땠어? 지금 네 상태는 어때?”

대답은 없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라졌다. 어깨의 힘이 빠지고, 시선이 잠시 올라왔다. 말로 뱉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교실에서는 정답보다, 자기감정을 안전하게 느끼고 뱉을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시험은 끝났지만, 여전히 일상은 진행 중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과정이다. 아이들은 어느 시간 어떤 자리에서든 자기 마음의 답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그 옆에서,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