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교실
시험이 끝난 뒤의 교실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이들의 침묵이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고 풀리지 않는 건, 그 침묵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견디는 일이었다.
매달 말일, 더구나 연말이 가까워지면, 학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겨난다. 어쩜 예측하기를 두려워 덮으려 했던 일이다.
새로운 다짐, 다른 계획, 그리고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결정들. 나는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을 전했고, 그 마음을 매 순간 충족하려 애써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건 ‘함께 가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건네고 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되묻게 된다.
12월 29일, 빠르게는 그 이전부터 소복소복 눈이 쌓이듯, 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터졌다.
학원을 그만두겠다는 말, 옮기겠다는 선택, 그리고 가장 두려운 상상— 명백한 이유나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분위기를 몰아가고 함께 나가자는 말까지.
나는 여전히 마음을 읽고 가르치려는 순진한 선생일까. 세상 물정과 삶의 지혜 앞에서는
아이들에게조차 밀리는 아직 덜 자란 어른일까.
그런데 아이들의 눈빛 어디에도 영악함이나
강력한 연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 단단하지 못해, 한꺼번에 밀려오는 상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르치는 일과 학원을 운영하는 일이 다르다는 사실을 그제야 또렷하게 깨닫는다.
나의 흔들림은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응답이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보다 한 발 물러서 따뜻함 대신 냉정함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 그래야 이 교육의 현실 속에서 아이들도 견디고, 나 역시 견딜 수 있다. 상처로 얼룩이 가득했다. 나는 침묵했으나,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덧-
작가님들 연말 건강히 잘 보내셨을까요? 지난해, 새로 맞이한 해 모두 나에겐 특별했고 다시 소중함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 참으로 아프고 힘들었으며, 매 순간만이 남아 있는 해였습니다.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며, 책이나 사진등 문학과 예술은 우리가 이룬 하나의 세상을 그려냅니다. 말의 해를 해맞이로 마중했습니다. 사진으로 등장한 찬란한 에너지의 해는 언어를 통해 내게 우리 가족에게 닿았습니다. 글이란, 나를 홀로 된 섬으로 두지 않고, 하나의 세상에 던집니다^^
누군가에겐 힘조차 낼 수 없는 힘든 일이 강력히 자리 잡은 세상입니다. 누군가는 다시 새로움으로 의지를 다지는 해이기도 합니다. 작가님들, 어떤 자리에 계시든 고요하시고 자신만의 특별하고 우아한 섬을 만들어 가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