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지금, 나의 자리

by 무 한소

방학을 앞둔 교실... 학기를 마무리하며 결과를 기다리기도 하는 그곳에서 교사와 아이들 사이 어색한 침묵, 결코 하지 말아야 했던 일들이 있다. 어색한 긴장감과 불안한 자유가 느껴지는 교실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침묵이나 그것을 견디는 일이 아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긴 침묵 가운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일이다. 그건 가끔 슬럼프로, 때로는 더 급한 몰아침과 위기로 찾아온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견디는 일이다.

어른들은 너무 쉽게 말한다.


“다음엔 더 잘하면 되지.”
“시험 결과가 전부는 아니야.”
“괜찮아, 다들 그 정도는 겪고 있어.”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 교실에서 들리는 말들은 마음에도 없으며, 모순적인 말들이었다. 형식적인 그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무게로 남았다. 아이들의 침묵은 공간 안에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잠시 머무르는 자리였다. 그 시간의 침묵은 회피도, 무기력도 아니었다.

아직 스스로를 평가할 언어를 찾지 못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몇 개 맞았는지, 틀렸는지보다 더 두려운 건 ‘지금의 나’ '그 자리'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침묵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지킨다고 생각했을까. 이해한다. 과거 학생이었던 나를, 그 시간의 침묵을, 그것을 통해 아이들의 현재 시간을 이해한다. 시험 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성취, 성과에 대해 꺼내고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극해서 상처로 남아 있을지 모를 그들의 딱지를 떼어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 덜 아문 상처를 새 살이 오르기도 전에 떼어 내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으리라. 주체가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모나 선생님이 되어서는.


욕심에서 시작된 욕구를 꾹 누르고 물었다.

“지금 괜찮아?”

대답이 없었다. 아이들은 어깨 힘이 조금 빠졌고,
고개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내려가 있었다. 그걸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느 해부터 가르친다는 건 언제나 말하고 전하는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해를 더해 가르치는 시간이 쌓이고 경험을 더할수록 아이들은 말을 줄이지만, 나는 어른으로, 교사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침묵 앞에 머무르는 일, 제대로 보고 기다리는 일은 때로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선택이며 실천일 수 있다.


침묵 가운데서도 여전히 나는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며 기다리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나의 기다림은 곧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