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
어제 아이에게 끝내 다 하지 못한 말이 마음에 남아
오늘은 글을 쓰기보다 내게 남아있는 책임 같은 서류를 먼저 정리했다.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 친분이 있는 작가님의 추천으로 작은 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 강사지원서를 제출했다.
소유한 많은 것을 다 벗고서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인가.
가르치며 배움을 깨닫는 한 인간인가. 아니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작가인가. " 사실, 이번 지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함께 읽고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는 신청서였다. 배려라는 긍정의 마음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흔쾌히 이름을 적을 수 있었다.
“함께 읽고 나누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길 꿈꾸는, 문학을 사랑하는 예술인이다.
《관계의 수학》, 어쩌면 자연스럽게 수학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쓴 신청서였다. 나의 각오이며 마음이다. 대신 질문을 남기겠다고,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적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남기고 간 에너지를 더듬으며 나의 정체성을 떠올렸다. 내가 꿈꾸는 만들어가려는 세상을 다시 그려본다. 쫓기고 다그치고 밀어붙이고...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움직이고, 저마다의 속도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데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오래 궁지로 몰아왔는지 모른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묘하게 나를 비춘다. 살아 있는 장기를 하나씩 천천히 느껴본다. 심호흡을 하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또 다른 나를 멀찍이서 바라보듯 심장 박동을 천천히 느끼며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다시 안도한다.
오늘은 학원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을 쓰지 않았다. 대신 애정이 가는 이들에게 긍정의 마음을 건넨다. 그 아이들과 내가 이 과정을 즐기며 걸어갈 수 있길.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여정 위에 글을 옮겨놓는다.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 뛰는 맥박을 세며 마음이 뇌를 천천히 위로한다. 이 자리가 참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