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속도의 시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학원에서의 시간은 독자적으로 흐르는 것처럼 어느 것과도, 그 어느 때와도 비교되지 않는다. 요즘은 빠르다는 체감조차 어색하게 느껴진다. 방학이 되었고 멈출 거 같았던 특강 시간과 정신없이 분주했던 날들이 지나 새로움과 설렘 가운데 봄을 부르는 3월이 되었다.
3월은 봄을 흉내 낼뿐이다. 누구보다 선두에서 기분과 감정 외에 시간, 공간을 지휘하고 균형까지 얻어야 했다.
3월의 시작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묵직한 무게를 더한다. 얼마나, 어떻게 더 해야 할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또 일주일이 지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나는 계속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원고를 정리하고, 공모를 준비하고, 책을 읽고 강연을 생각하고, 다음 글을 쓰기 위해 또 다른 문장을 붙잡았다.
돌아보면 해야 할 일은 늘 분명했다. 원고를 정리해야 했고, 공모도 놓칠 수 없었고 토론을 위해 책을 읽어야 했다. 공감과 소통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강연을 고민했고, 결국 다시 글로 돌아와 문장을 붙잡아야만 했다.
사방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답답한가. 나의 일상, 삶이.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쫓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멀리서 보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지만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어떤 목표들은 늘 조금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더 가면 닿을 것 같았고 조금만 더 하면 정리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목표보다 지금 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걸까."
경계에 있다는 건, 그 어디서도 균형과 조화를 가까이 두기에 어려운 자리다. 어쩌면, 가장 기울거나 편협해지기 쉬운 자리일 줄도 모른다. 그 경계에서 벗어나야 했다. 경계에서 다른 자리로 옮겨야 했다.
개학 이후 첫 주, 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지쳤고
나 역시 잠시 멈춰 서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더 붙잡는 일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기대와 설렘보다 더한 3월의 어수선한 좌표 평면 위에, 아이들과 내가 순서쌍으로 정한 각자 자리를 찾았다.
서로 다른 값을 가진 수들이 하나의 식 안에 놓이듯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각자의 속도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