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밀린 계획 중 어렵게 치른 큰 시험과 같이 대거 몰린 사람들과 함께 건강검진에 참여했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건강검진을 무사히 잘 끝내고 지친 귀갓길에서 어쩐지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도착한 집 앞에 기대했던 종이상자의 택배가 보였다. 그녀가 집에 도착하면 곧장 뛰어 들어가 전날 밤부터 미뤘던 부족한 수분을 채우리라고 먹은 맘과는 달리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택배에 가슴이 콩닥 뛴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택배 상자 전체를 묶고 있는 끈을 가위로 자르며 겉포장되어 있는 상자를조금씩 열었다. 불과 몇 초 사이에가려진 겉포장을 벗기고 실물을 영접하게 된다. 은은한 옥빛깔의 여러 권의 같은 책이 일제히 그녀를 향하고 있다.
예상한 대로 이번에 출간된 공동저서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 설렘과 떨림의 기운이 집안 전체를 감싸고 있다. 공동저서 [치유의 숲_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가 출간됐다. 물론, 책 인사(책 쓰기로 인생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에서 펴낸 간행물 형태이긴 하나 그녀를 포함한 15명의 작가님들이 그들만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결국 찾아낸 저마다의 행복이 쓰여 있다. 공동저서도 이렇게 뿌듯하고 감동적인데 개인저서가 종이 책으로 출간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그때의 감정은 감히 상상이 안된다. 그때의 환희 또한 짐작을 하면서부터 두근 되기 시작한다. 두근거림과 설렘이 가슴 더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리라.
행복을 평범한 일상에 둔다면 출간 이후의 걱정이나 출간 저서에 대한 여러 걱정들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 근원적인 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써 나가는 과정에서도 한결같이 따뜻하고 행복했는지 그 마음을 좇으며 돌아가 본다. 물론, 비움의 과정은 참으로 아팠다. 상처나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아픔이 그녀의 과거 곳곳에 퍼즐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퍼즐들을 바꿔가며 뱉어내고 비우기를 여러 번... 이제는 점점 맑음도 보이고 농도 짙은 흐림의 기운도 누릴 수도 사랑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 마음을 간직하자. 그 마음을 기억하자며 되뇌어본다. 유년시절의 지우고 싶은 목소리와 아픔을 그때의 관계에서 오늘 사랑을, 또한 상처를..., 청소년기의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에피소드,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족의 일상에 집중되어 그녀의 삶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자신의 상처가 너무나 커서 가족들의 아픔은 딱지가 된 이후에나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에 비례해서 삶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그만큼의 큰 일들이 많이 생겼다. 그땐 그걸 왜 몰랐을까? 왜 나만...? 그게 아니었는데... 나이만큼의 고민과 걱정과 누적된 여러 상황이었는데... 자연스러운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스스로 짊어진 짐을 부피만 보고서 고개를 휘저어버렸다. 자연스러움을 상처로 버거워했을 때 마침 부정적 에너지의 크기만큼의 상처가 그녀를 덮쳤다. 그리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묵직하게 눌러대고 아프게 했다. 그때서야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 담고 있던 내면의 응어리들을 잘 문질러서 풀어주고 깨 주고 이후 배설까지 해야 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꿋꿋하게 해왔다. 그 과정에서도 그녀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한 번씩 증명이라도 하듯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쳤다. 이제야 삶을 조금 이해한 그녀는 그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뱉어 내고 비우기를 여러 번 한 이후 저절로 채워졌다. 그 순간의 채워짐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행복이었다.
1장 번쩍이는 천둥처럼 우렁찬 번개같이 가운데서
"그 경험을 몸소 충분히 겪어야 비로소 평온함의 가치를 더 깊게 확인할 수 있다. 삶 가운데서 가치를 찾고 적당한 시기와 자리를 알아차리는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폭풍우나 태풍이 지난 다음에는 항상 평화로움이 찾아오고 그 평온함이 두려워질 때쯤 크고 작은 변수를 안고 폭풍우는 우리 곁에 다시 다가온다. 내가 겪어나가는 삶의 긴 여정과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이 모든 변수가 항상 함께 하는 것처럼."
혹시 그 마음이 잊힐까 봐 염려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착각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때의 행복함을 잊지 말자^^
행복함을 글로 담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 넘쳐났다. 작가님들 간의 색깔들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조화롭게 치유의 숲에서 조화로운 나무가 되어주었고 새가 되었으며 숲의 공기가, 공기와 소리, 파동으로 이루어진 메아리가 되어 주었다. 삶을 그녀가 느낀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작가님들은 함께 경험하고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다른 각각의 소리가 치유의 숲에서 하나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메아리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치유의 숲의 메아리가 지금 다시 여러분을 찾아간다. 겨울의 아린 추위를 제대로 느끼고 그 속에 살게 하며 다른 계절 속에서 주변 온도에 융화되지 못하고 꽁꽁 얼어붙어 있는 마음을 어루만지고 녹일 것이다.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마음이 힘들 때는 내 마음 가장 깊은 안식처에 들리세요. 치유의 숲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