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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Jul 14. 2022

빼앗긴 밤 그래도 아침은 밝아온다

화려함보다 평온한 나의 밤은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새벽은 찾아옵니다.

밤을 사랑했다. 조용하고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외에 화려하고 시끄러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짓눌렸던 감정을 집어삼키고 이후 감정에 휘둘린 소리는 목청을 괴롭히며 사이를 뚫고 나오기도 한다.


20대에는 밤을 사랑했다. 다음을 위해 결코 아끼거나 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는 혼자라는 여유로움과 온전함을 누릴 수 없었다. 지금의 안정되고 평온한 밤이 꽤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밤의 자취를 쫓다 보니 밤이 평화로 내게 다가온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밤이 화려했든 평온했든 때로는 아침은 야속할 만큼 반갑게 우리를 찾아온다. 서둘러 찾아오기도 한다. 


습도 높은 여름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보아하니 비를 몰고 올 바람이다. 오늘 저녁도 집중호우 또는 잠시지만 강하게 다녀가는 소나기를 만날 것이다. 어제의 강렬하고 두려운 밤의 축제를 기억한다. 벗어나고자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내 예민함을 원망했었다. 번쩍이는 번개 이후 몇 초의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굉음이 우리의 청각을 괴롭힌다. 예상하고 있지만 굉음에 대한 두려움은 수시로 나를 괴롭혔다. 어릴 적부터. 아마도 예상이라는 것은 반사적 기억으로 몸을 더 공포스럽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번쩍이는 번개에 대한 두려움은 천둥소리의 거부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치 여름 한가운데 페스티벌을 즐기고자 하는 거처럼 하늘에서는 동서남북 곳곳에 번쩍이는 빛이 터졌다. 빛이 번쩍인 이후 몇 초 후엔 약속이나 한 듯 리듬을 맞춰 소리를 낸다. 소리는 운명 교향곡 이상이다. 밤의 향연 이후에 비가 거세게 쏟아진다. 불과 몇 발짝 앞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쏟아진다. 폭우다. 가끔 거세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좋다. 때로는 정겨운 빗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잘 다스린다고 믿고 있던 어느 날, 이성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리가 필요했을 때 빗소리는 감정의 소리를 대신한다. 거세게 몰아치는 빗소리가 때로는 더 후련하다. 감정을 대신해서 나를 움직인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듬뿍 두르고 밀가루 반죽을 올려서 만들어낸 부침개를 할 때의 지글거리는 소리와 많이 닮았다. 그 소리만으로도 안정감을 찾아간다.


각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감정을 안온하게 보듬어 준다. 밤새 벌어진 페스티벌 이후 세상은 평온함과 다시 강렬한 맑은 기운으로 다가왔다. 아침이 예고도 없이 더 밝음으로 서둘러 왔다. 일반적 아침이 아닌 강렬한 페스티벌 후의 아침은 더 서둘러 왔고 밝은 빛과 맑은 공기로 오감을 행복하게 만든다.


밤을 사랑했고 그래서 밤을 놓아주었다.

오감을 자극하는 아침으로 가는 직선에 위치한 새벽을 사랑하기로 했다.


거세고 강렬한 페스티벌의 밤을 보내지 않았다면 이후 찾아오는 아침이 그토록 귀한지 몰랐으리라. 우리의 삶도 '호사다마'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났을 때 찾아오는 행복과 자유가 진정한 그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존재하지 않는 '허수'의 눈물과 아픔이 있었기에 인류가 우주의 아름다움과 그 세계의 깊음과 광활함을 알게 된 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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