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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ug 25. 2022

정체되어 있는 감정 '덤덤하다'

미세한 움직임 속 정체되어 있는 의식 그리고 감정


덤덤하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다고 외쳐대던 그때와는 달리 연출하거나 억지로 계획하고 실천하지 않아도 된다. 나름 꿈꾸었던 하루, 한 해의 시작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스스로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잡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다시 찾아온 변화를 간단히 뭐라 설명할 수는 없다. 이성이 끌고 나가는 진행 과정보다 부정적 요인들이 조금씩 세력을 확장해 가며 자리를 잡아나간다.

 



비와 그것보다 더 응축되었다 발산된 폭우 그리고 습도를 최선을 다해 머금고 있는 농축된 안개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가끔 내비치는 빛은 나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또한 새벽녘에 목표를 찾다 처음 마주친 나를 쫓아 끝까지 빛을 비춰준다. 그 빛이 닿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오늘도 그 빛은 여전히 대기 중이다. 아니 오늘은 준비 중이다. 그러다 구름 사이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아주 강한 빛으로 선택된 나에게 강하게 내비친다.


사실 선택된 나에게는 자부심이 있었고 벅찬 감정도 있었다. 가려졌다 다시 보인다. 조금의 빛이지만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가끔씩 얼굴을 빼꼼히 보이는 태양빛의 시선을 떨쳐낼 수는 없다.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시작도 도전도 매 순간 결정되는 의미도 뭔가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그래야 마음이 편한 나로서는 그러한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유독 심하게 찾아온 고온다습의 2022년 8월은 무기력한 내 감정을 외면했다 달랬다 제자리를  찾아 주기도 벅찼다. 뭘까? 벌써 8월인데... 나의 올해는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내 기억은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다 망각된다. 심지어 강하게 나를 괴롭혔던 부정적인 일들이나 사건 또는 격하게 나를 감동시켰고 감동했던 사건들까지도 모두 잊혔다. 두렵지만 이번 8월은 잊히고 있는 내 기억들과 하물며 감정까지도 지우기 바쁘다는 듯 나의 모든 것이 정체되어 있는 거처럼 느껴다.


구름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에게 힘들게 찾아온 가는 빛조차 선명함을 잃어가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힘들게 찾아온 빛을 두고 진공관 속 정체된 감정처럼 덤덤했다. 요즘의 몸이 겪는 변화다. 부정적  긍정적 자극을 겪은 이후 움찔함이 지나면 한결같이 감정의 기복은 덤덤함으로 마무리된다. 지금의 상태는 무기력함일까? 연이은 상실감으로 감정이 점점 퍼져버렸다. 조용히 파동을 그려내며 새어 나가고 있었다. 무기력하고 조심스럽게...


오늘 다시 들여다보니 그건 움직이고 있었다.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자극에 변화하고 있었다. 연이은 상실감이나 실패에 의해 견고해진 듯 단단해졌지만 시간이라는 게 존재했기에 마치 정체되어 있는 듯 느껴진다.


덤덤하다. 덤덤함에도 미세한 떨림과 흐름이 있다. 짧은 시간에는 느끼지 못하고 느낄 수 없는 변화가 덤덤함이라는 감정 안에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아와 나는 요즘 과한 습도에도 반응이 없었고 나를 위해 구름 사이를 비집고 찾아주었던 햇빛에도 감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육체와는 다르게 의식이 좀 더 앞서서 병이 들었을까를 염려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이기를 바랐다. 노력 중이었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있었다.

깊은 상실감에 허우적대며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조차도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놓아두고 감정에 닿아있는 그 상태로 자신을 두고 보고 있기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대상과 상황이 너무나 많았고 복잡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상황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이나 의무가 짓눌렀다. 그로 인해서 절망 이후 그 감정을 고스란히 천천히 겪고 이겨내는 과정을 거칠 수 없었다. 


마치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탱탱볼처럼.

바닥에 닿는 순간 높이높이 튀어 올라야 한다. 더 더 높이!


감정이라는 건 충분히 겪고 바라보며 천천히 느끼고 시간을 거쳐야 한다. 어쩜 상실감의 깊이보다 더 크게 튕겨 올라야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상실감이라는 것 또한 나에겐 천천히 겪고 이겨내는 과정이 여의치 않았다. 내면의 그 감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거 같다. 그래서 내게 찾아온 미세한 변화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었던 거다. 그러한 상태는 마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곳에 정체되어 있는 거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감정 '덤덤하다'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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