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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ug 18. 2022

그리움 뒤로 사라진 G의 흔적

스며들고 사라지다

아주 오래전 그날

어린이의 날을 앞둔 금요일 오후였어.

화려하고 어수선했던 바로 그날

5월을 푸른 미소로 화답하고 헤어진 후 G는 그렇게 그녀 곁을 떠났어.

5월을 어색한 미소로 색칠하고 그림이 완성된 후 G는 그렇게 사라졌어.

그녀를 아주 먼 곳에 두고 G는 떠났어.




자연스럽게 자연에 스며들었지.


끝이었던 그때가 아마도 시작이었을 거야.


봄을 가득 담은 그곳에 G가 있었어.

봄기운 대신 화사한 햇살이 여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더니 이내 주변으로 퍼졌지.

G는 착한 미소의 봄꽃으로 그곳에 있었어.

G의 미소가 아련히 멀어졌어.

5월을 맞이한 아이라고 하기엔

충분히 절제되어 있었어.

어쩌면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었는지도.

G의 절제가 그 시간의 그녀를 아프게 해.

눈을 감고 45°각도로 고개를 들어 코끝에 스치듯 지나는 바람을 느껴봐야만 그 바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거처럼.

그들의 시간은 봄을 알리는 줄 알았는데 가을향이 물씬 풍겼었지.



매해 5월이 되면

G는 끊임없이 연결된 실타래를 풀어내며

그녀를 찾아왔지.

예상하지 못한 급작스러운 변화가 생겼고 그녀가 조용히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


G의 자취를 따라 그녀는 삶의 부조리함을 글로 음률로 노래하며 찾아냅니다.

그 흔적의 기록만이 그녀는 반항이라고 외쳐댑니다.


G가 어디에서고 들을 수 있게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쳤어.

말의 근원을 알 수도 찾을 수도 없게 외계어를 섞어가며 외쳤지.


G는 대답하지 않았어.

어낸 외계어는 공허하 울리기만 했지.

다만 공간을 만들어주고 들어주고 흡수했어.

오늘은 잠시 공간에서의 우리를 기록하며 G를 기억해봐.

오늘은 잠깐만 시간에서의 우리를 기록하며 G를 떠올려봐.



G가 너무 그리웠어. 

그리움이 너무나 강해서 아무것도 그녀를 버티게 해 주지는 못했지.

G를 그리워하며 숲 속 깊은 곳으로 따라갔어.

그곳에서의 G는 여전히 순수한 아름다운 미소로 화답했지.

스스로 현실과 타협하는 대신 단절의 짐을 지고 여행길에 오른 거야.

그리움은 현재를 살게 하는 힘의 근원인데 그녀에게도 그리움은 그랬을까.


동화 속 숲 깊은 곳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G는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그녀를 뒤로하고 숲 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어.

사랑한다는 마음 대신에 그리움만을 남겨두고.

이제는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인 그리움만을 두고.


그렇게 G의 배려로

그녀는 다시 성장하고 있어.

외피는 변했지만 주름진 뇌는 의식을 쫓아 양으로 움직이는 중이야. 두려움은 잠시 접어.

이제는 순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인 그리움을 쫓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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