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속 부록_책 이야기6] 브런치 글에서 책 원고로

by 말글디자이너

안녕하세요, 말글디자이너 장은희입니다.


어제는 출판사를 선택한 이유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계약 후, 제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특히 브런치 글과 책 원고가 어떻게 달랐는지, 어떤 부분들을 채워나갔는지요.


에피소드는 풍부했지만


제 책의 소재들은 이렇습니다. 첫인사, 자기소개, 감사와 사과, 갈등 상황, 축하와 격려 등등.


각 상황별 에피소드는 풍부했죠. 19년을 한 분야에 있었으니까요.


"저는 방송국에서 이런 일을 겪었어요."

"공공기관에서 이런 사례를 봤어요."


하지만 편집자의 조언은 '빈 틈 채우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내일 회사에 가서 첫인사를 할 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요?"


그제야 보였습니다. 제 원고에는 빈틈이 많다는 것을요.


빈틈 1: 실행 가이드 부족


우선 직장에서 마주하는 상황별로 말의 구조, 원칙 같은 것들을 채워나갔습니다.


아래처럼요.


- 자기소개 3단계: 역할 명확히 하기 → 팀에 기여할 부분 언급 → 협력의 손 내밀기


- 침묵을 깨는 법 3단계: 상황을 인정한다 → 상대를 초대한다 → 함께 풀어간다


책이 되려면 내 경험담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좋았어"라는 이야기에서 "당신도 이렇게 하면 좋을 거야"라는 실행 가능한 가이드로 변해야 했습니다.


빈틈 2: 실패 사례 추가


초안에는 성공 사례만 있었습니다. 관계가 좋아진 이야기, 팀이 화합한 이야기.


편집자가 물었습니다.


"혹시 작가님의 실패 사례는 없나요?"


그 질문 하나로 새로운 장들이 보였습니다.


- 첫인사를 너무 형식적으로 하면? 팀원은 그 사람을 정형화된 역할로만 생각합니다.


- 자기소개를 너무 길게 하면? 청자는 피곤해하고, 핵심은 묻혀갑니다.


- 감사 말을 구체적이지 않게 하면? 상대는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각 장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반례들을 추가했습니다. 독자들은 그 반례를 보며 자신의 실수를 인식하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빈틈 3: 심리학적 근거


제 원고는 감정적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관계가 좋아졌어요."


하지만 책은 신뢰를 주는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말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각 장마다 심리학적 근거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첫인상 효과(primacy effect)는 왜 첫인사를 중요하게 만드는가.


- 상호성의 원리는 왜 감사와 사과가 관계를 만드는가.


-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19년의 경험담 위에 이것들이 얹혔습니다. 그렇게 제 책은 이야기에서 가이드로, 감정에서 신뢰로 변해갔습니다.



19년이 파노라마처럼


편집 과정에서 제 원고를 다시 읽으며 보인 게 또 있었습니다. 19년 커리어의 파노라마


저도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습니다.


방송국에서 첫 대본을 썼을 때 PD가 말했죠.


"이건 너무 말이 어색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공공기관에 첫 출근했을 때, 부서장이 물었습니다.


"이 보도자료 핵심이 뭐예요?"


그때는 좌절했습니다. 내가 못하는 게 많구나. 내가 이 일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매 순간, 제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상대를 이해해 보자는 마음이요.


PD가 "말이 어색하다"라고 한 건, 화면의 시간과 속도 때문이겠다고 생각했고


부서장이 "핵심이 뭐냐"라고 한 건, 언론사 기자들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배려하려 노력했습니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고, 시청자들 관심사를 생각하며 대본을 만들고, 언론사 입장에서 보도자료를 작성했습니다.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니 어느 순간, 여기까지 온 겁니다.



결국, 일이 나를 성장시켰다.


사실 제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방송국 시절 밤샘 작업이 힘들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언론 대응도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언젠가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글을 쓰게 했고, 그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결국 제 일이 책을 만들어줬다는 것을요.


제가 방송작가로 배운 것.

공공기관에서 경험한 것.

19년간 말과 글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책에 녹아 있었습니다.


제 일이 나를 키웠고, 그 경험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었던 그 일이 참 고마웠습니다.



예비 작가님들께


혹시 지금 직장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글을 쓰고 계신 분도 계실 겁니다.


꾸준히, 성실히, 진심을 다한 당신의 일은 책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경력, 당신의 경험, 당신이 만난 사람들.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당신의 19년, 또는 10년.


그 속에서 당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변화시키는 편집 과정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몰랐던 당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용기 내어 당신의 일을 마주 보세요.


그리고 그 순간들을 글로 남겨 보세요.


어느 순간 책으로 변신을 시작할 겁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내일은 다시 말센스로 찾아뵐게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말센스가일센스가되는순간 #브런치에서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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