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밥알이라면

여덟 살 조카를 위한 위로의 글

by 말글디자이너

저의 여덟 살 조카는 말 수가 정말 없어요. 아주 마음이 놓이는 사람과 매우 한정된 공간에서만 말을 꺼내요.


말센스 책을 낸 이모가 옆에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말을 잘하는 법을 아는 것과 말을 꺼내는 용기를 갖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얼마 전, 조카가 엄마에게 그랬다고 해요.


"엄마, 나도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동안 주변에서, 또 가족들이 "말 좀 해보자", "얘, 너는 왜 말을 안 하니?"라고 수없이 재촉했는데요. 조카도 이미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게 더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언니는 그런 조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요.


'용기가 밥알처럼 그릇에 담겨 있다면 어떨까.'


"자, 어제는 한 숟가락. 오늘은 두 숟가락."


그렇게 매일 조금씩 떠먹여 줄 수 있다면.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알죠. 용기는 누가 대신 삼켜줄 수 없으니까요. 타이밍도, 양도, 결국 자기 자신이 정하는 거니까요.


그러니 대신해줄 수 있는 건 하나예요. 기다려주는 것.


언니는 그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조카도 느꼈을 거라 믿어요. 아이들은 언어보다 마음에 닿는 온도로 먼저 느끼니까.


이번 연휴 내내 그 둘이 제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혹시 최근에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멈춘 순간이 있었나요.


어른이 되면 용기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막상 직함이 생기고 경력이 쌓여도 여전히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때가 있더라고요. 회의실도, 보고 자리도, 때로는 상사 앞에서도.


그런데요,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용기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천천히 자라니까요.


조카에게도,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오늘도 내일도.



Tip. <어린이 말하기 사전>

"말은 천천히 자라요"

말을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아직 때를 고르는 중이에요. 아이의 침묵에도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요.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아이의 말은 자랍니다. 오늘 한 마디를 꺼낸 아이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세요. 그게 내일의 두 마디가 됩니다.


*용기를 갖고 싶은 8살 딸과 그 딸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엄마의 이야기

https://m.blog.naver.com/art-keumhee/22418114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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