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일하는 엄마로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가
나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방송작가로 6년, 매일 밤을 새우고 생방송의 긴장감을 버텨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작은 책상 앞에서 조용히 행정 문서를 쓰고, 보도자료를 다듬고, 기자들을 만난다.
어쩌다 보니 ‘공무원’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공채가 아니라 경력직으로 들어온,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늘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언제든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품고 일한다.
나는 일하는 엄마다. 퇴근 후에도 끊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계약직 공무원이자 언론홍보 전문직으로서 매 순간 긴장 속에 있다. 무엇보다 내부에서는 조직의 기대를, 외부에서는 기관의 이미지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에 늘 버거운 일상을 보낸다.
양쪽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늘 나를 조용히 압박했다.
개인적으로는, 절대다수 ‘늘공' 사이에서 ‘어공’으로서의 전문성과 경력을 떳떳하게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기자들과 미팅 자리에서 너무 조심스러워지고,내부 갈등 상황에서는 과도하게 감정에 앞선 말투로 무너질 때도 있었다.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루지 못해 무너지는 순간들이었다.
그게 나를 가장 지치게 만들었다.
무너지지 않고 일하는 기술. 그건 특별한 재능이나 비법을 익힌 게 아니었다. 그저 매일 매일살아남기 위해 작은 마음을 다잡아가는 과정이었다:
조용히 선을 긋는 방법, 억울해도 품위를 지키는 법,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말하는 법.
그러나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흔들리고, 조심스럽고, 가끔은 속상해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시 일어난다는 것.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또 하나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엄마라 포기하게 하고, 계약직이라 한계를 두는 세상의 편견을 씩씩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지나온 작은 기록이다.
조용히 단단해지고 싶은, 우리 일하는 엄마들, 그리고 일하는 아빠들. 나아가 주류 속에 비주류로 사는 모두를 위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