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았던

by 말복


이것도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덧 혼자서도 마음을 잘 회복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울적한 날에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거나, 좋아하는 활동을 한다. 좋아하는 걸 사 먹기도 한다. 그리고 일기를 쓰거나 마음을 쓴다. 나를 들여다본다. 때로는 온종일 늘어지기도 한다.


마음이 덜 울적한 날에는 이 때다 싶어 밀린 일들을 한다. 조금이라도 일을 해내고 나면 더 힘든 날에 나를 세심히 보살필 수 있다. 청소를 하며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미리 장을 봐 언제든 내가 건강히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를 채운다.


마음이 하나도 울적하지 않은 날은 잘 없다. 사실 있다.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없다고 거짓을 고하려 했다. 이렇듯 나는 매일 내 마음을 의심해야만 한다.


마음이 회복되어감에 따라 생긴 부작용도 있다. 내 마음을 최우선으로 두느라 개인 창작이 잘 되지 않는다. 꼭 해야 할 일들 위주로 하고, 남는 시간엔 나를 돌보는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이별을 떠올려도 더는 바로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되니 다시 욕심이 생겼다. 내 것을 하고 싶은 욕심. 내 것에 더 마음을 쓰고 싶은 욕심. 그러나 약 3개월간 쉬는 것에 익숙해진 내 머리는 쉬이 돌아가지 않았다. 해야 할 것들만 해 온 탓이다.


메모를 뒤져 기획하고 콘티를 짜고 작업을 해 본다. 이게 아니다. 노트북을 덮는다. 다시 노트북을 열어 어떻게든 작업하고, 아이패드로 작업을 옮긴다. 파일을 열어 펜을 든다. 이게 아니다. 아이패드를 다시 닫는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그 날 다시 열리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이럴 줄 알고 뭔가 벌려놓은 덕분에 아예 쉬진 않았음에도 잘 진행되지 않는 작품이 있다. 온전히 마음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 그렇다. 연재하지 않는 작품들 혹은 연재하더라도 내 마음을 쓰는 작품들.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어디일까. 바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마음을 떨군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적당히 이야기를 핑퐁핑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깨닫는다. 고민 상대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고민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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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을 그리는 행복한 말랑 복숭아, 말복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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