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의 용기노트

3화. 역제안 도전하기

by 말복

2화 : https://brunch.co.kr/@malbok/120



새로운 도전들로 내가 택한 건 역제안하기였다. 역제안이란 말 그대로 내가 먼저 제안해 보는 것이다. 나를 써주십사 하고.


내가 역제안을 넣기로 마음먹었던 건 워크숍 분야였다. 이미 프리랜서로 강의 경험도 있고,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모임 경험도 다수 있었다. 오래 운영한 스터디가 있어 내향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모아 함께 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12.jpg 그날 만들던 제안서 및 포트폴리오


그동안 했던 자료들을 모아 예시 커리큘럼을 포함해 제안서 및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제안서와 포트폴리오는 언제 만들어도 늘 어렵다. 사람마다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늘 더 좋은 걸 만들고 싶다. 화려하고 멋진 디자인뿐 아니라 경력까지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기꾼이 될 순 없으니까 가독성 좋게 만드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함께 카페에서 각할모를 하고 있던 지인분이 도와주셨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보여주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점검도 해주셨다. 그럼에도 자꾸만 아쉬운 점이 보였던 건, 내심 메일을 보낼 용기가 없다는 것도 한 몫했다.


메일을 보내려고 하면 다시 또 아쉬운 점이 한가득 보였다.


결국 집에 가서도 수정을 몇 차례 하다가 이러다 메일 발송만 1년은 걸리겠다 싶어서 메일을 3군데 정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쩌구...


23.jpg 내가 봐도 구구절절한 메일.. 나중에 가선 쓸수록 메일이 더 길어지다가 다시 줄였다가 반복했다.


메일 제목을 쓰는 것도 왜 이리 어렵게만 느껴지던지.


역제안을 할 때면 내가 실례를 범하는 건 아닌가, 바쁜 와중에 화만 돋우는 건 아닌가 자꾸만 걱정되고 불안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3번의 메일을 보낸 후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겸 노트북을 닫았다. 노트북 뚜껑을 닫고 30분 정도 지나니 열기도 식고, 마음도 살짝 차분해졌다.


그렇게 그 이후로도 몇 군데 정도 더 보냈다. 실수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실수로는 센터 이름 잘못 적기.. 수정하고 수정하다가 오히려 잘못 쓴 경우가 있었다. 진짜 미친 것 같다.


그 외에도 지금 돌아보니 제안서 및 포트폴리오 자체가 모호하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웹툰 일을 하다 보면 포트폴리오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늘 생각한다. '로판 장르를 하고 싶으면 로판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지!', '채색 파트를 하고 싶으면 주력 장르의 채색 파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말한다. "뭘 하고 싶으신 건지 잘 안 담긴 것 같아요. 뾰족하게 하셔야 합니다."


34.jpg 너나 잘해 (저한테 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메일을 보낸 지 한참 흘러 지금 바라본 내 포트폴리오는 전~ 혀 뾰족하지 않다. 저 이것도 할 줄 알고요, 저것도 할 줄 알고, 이것도 요것도 다 ~ 해봤습니다! 그러니 뭐든 맡겨주십시오. 원하는 커리큘럼 없으면 이러쿵저러쿵 조율도 가능하니 그냥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같은 느낌.


뭐야? 왜 실전은 항상 내로남불이야? 그것은.. 실전은 실전으로만 스킬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단 한 건의 회신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축!!! 경축이로다!!! 이렇게 멋진 실패는 진짜!!! 진짜 눈물나게 응원해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회신이 하나도 오지 않았음에도 다행히 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건 사실 상처를 안 받았다기보다 잊혀진 것에 가까웠다. 왜냐면 부딪쳐보자고 했던 만큼 여러 개의 도전을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 4화. 잊혀있던 그 이름, 단편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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