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역제안 도전하기
2화 : https://brunch.co.kr/@malbok/120
새로운 도전들로 내가 택한 건 역제안하기였다. 역제안이란 말 그대로 내가 먼저 제안해 보는 것이다. 나를 써주십사 하고.
내가 역제안을 넣기로 마음먹었던 건 워크숍 분야였다. 이미 프리랜서로 강의 경험도 있고,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모임 경험도 다수 있었다. 오래 운영한 스터디가 있어 내향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모아 함께 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했던 자료들을 모아 예시 커리큘럼을 포함해 제안서 및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제안서와 포트폴리오는 언제 만들어도 늘 어렵다. 사람마다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늘 더 좋은 걸 만들고 싶다. 화려하고 멋진 디자인뿐 아니라 경력까지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기꾼이 될 순 없으니까 가독성 좋게 만드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함께 카페에서 각할모를 하고 있던 지인분이 도와주셨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보여주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점검도 해주셨다. 그럼에도 자꾸만 아쉬운 점이 보였던 건, 내심 메일을 보낼 용기가 없다는 것도 한 몫했다.
메일을 보내려고 하면 다시 또 아쉬운 점이 한가득 보였다.
결국 집에 가서도 수정을 몇 차례 하다가 이러다 메일 발송만 1년은 걸리겠다 싶어서 메일을 3군데 정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쩌구...
메일 제목을 쓰는 것도 왜 이리 어렵게만 느껴지던지.
역제안을 할 때면 내가 실례를 범하는 건 아닌가, 바쁜 와중에 화만 돋우는 건 아닌가 자꾸만 걱정되고 불안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3번의 메일을 보낸 후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겸 노트북을 닫았다. 노트북 뚜껑을 닫고 30분 정도 지나니 열기도 식고, 마음도 살짝 차분해졌다.
그렇게 그 이후로도 몇 군데 정도 더 보냈다. 실수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실수로는 센터 이름 잘못 적기.. 수정하고 수정하다가 오히려 잘못 쓴 경우가 있었다. 진짜 미친 것 같다.
그 외에도 지금 돌아보니 제안서 및 포트폴리오 자체가 모호하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웹툰 일을 하다 보면 포트폴리오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늘 생각한다. '로판 장르를 하고 싶으면 로판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지!', '채색 파트를 하고 싶으면 주력 장르의 채색 파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말한다. "뭘 하고 싶으신 건지 잘 안 담긴 것 같아요. 뾰족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메일을 보낸 지 한참 흘러 지금 바라본 내 포트폴리오는 전~ 혀 뾰족하지 않다. 저 이것도 할 줄 알고요, 저것도 할 줄 알고, 이것도 요것도 다 ~ 해봤습니다! 그러니 뭐든 맡겨주십시오. 원하는 커리큘럼 없으면 이러쿵저러쿵 조율도 가능하니 그냥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같은 느낌.
뭐야? 왜 실전은 항상 내로남불이야? 그것은.. 실전은 실전으로만 스킬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단 한 건의 회신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축!!! 경축이로다!!! 이렇게 멋진 실패는 진짜!!! 진짜 눈물나게 응원해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회신이 하나도 오지 않았음에도 다행히 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건 사실 상처를 안 받았다기보다 잊혀진 것에 가까웠다. 왜냐면 부딪쳐보자고 했던 만큼 여러 개의 도전을 동시에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 4화. 잊혀있던 그 이름, 단편만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