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딱 두 달만 부딪쳐보자.
1화 : https://brunch.co.kr/@malbok/117
그날로부터 지금은 약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괜한 용기를 냈다. 그래서 글을 이어 쓰지 못했다. 부끄러워서도 아니고 허탈해서도 아니고 열받아서도 아니고 너무 괜한 용기라 아무리 쥐어짜내도 시간도 돈도 생각도 안 나와서 글을 못 썼다.
1화에서 다른 용기를 냈다고 한 건 두 달만 더 부딪쳐보자는 용기였다. 올해 정~ 말 힘들었다. 아니, 근데 매 년 올해가 진짜 힘들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그냥 프리랜서의 숙명 같은 건가? 뭐 어쨌건 간에 올해는 작년과 비교도 안 되게 힘들었다.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내가 놓지 않았던 것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었다. 재작년의 나보다 작년의 나는 꾸준해졌고, 성장했고, 돈도 더 잘 벌었다.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나는 방향을 잡았고, 여전히 꾸준했고, 성장은 모르겠고, 돈은 더 못 번다. 그러니까 뭔~ 가 모호한 느낌.
뭔~ 가 모호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방향이 잡혀가는 느낌이 드는 이때 그만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돈 때문에 애매한 상황에서 멈추거나 돌아갔는데, 이번에도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았다. 열받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가난한 프리랜서의 숙명인 걸.
그래서 계산하고, 또 계산하고, 혹시 몰라 또 계산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내내 혹시 하고 계산했지만, 그만둔 이후에는 혹시 몰라 또 또 또 계산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었다. 12월까지만, 딱 두 달만 더 부딪쳐보자고.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금액이 나왔다.
그로부터 한 달간 콘텐츠 열~ 심히 만들었다. 방향도 더 확실히 잡아보고, 그에 맞춰 심리상담도 콘텐츠도 더 배워보고, 찬찬~ 히 나아가잔 생각으로 열~ 심히 만들었다. 열~ 심히 나아갔다. 협업 문의도 종종 왔고, 협찬 문의도 들어왔고, 오? 반응 오는데? 신호 오는데? 하던 시점에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거였으니 그래! 더 열심히 만들면 더! 연락 오고 이제 더 잘 될 거야!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현실은 매섭다. 현실은 무섭다.
콘텐츠 열심히 만드는 동안 머리는 기가 막히게 굴렀고, 종종 하는 외주도 매주 조금씩 했으며, 콘텐츠 관련 강의도 적용해보고, 니트컴퍼니도 열심히 다니고, 가끔 들어오는 제안들 중에서도 나와 결이 맞다 싶으면 했다. 크몽 광고도 오랜만에 돌렸다.
결과적으로 건강이 하락했다. 지갑 사정도 쪼그라들었다. 마음은 피폐해졌다. 협찬 문의도 몇 건 들어왔지만 대부분은 거절했다. 물불 안 가릴 처지라고는 하나 아닌 건 아니다. 이렇게 고집부릴 때면 나는 역시 이번 생에 돈 벌기 글렀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게 있다면, 나는 사람을 얻는 타입이라는 거다. 돈은 못 버는데 좋은 사람들은 자꾸만 생긴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다. 다정한 마음을 바로 주고받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정한 만화와 다정한 글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주변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들을 보며 계속 이렇게 다정한 세상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또 일어났다. 이 힘든 시기를 사람들 덕분에 쓰린 마음을 부여잡아가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래서 그동안 얼마나 깨졌는지는 잘 알겠고.. 앞으로 12월은 어떻게 하지? 내년은 또 어떻게 하고? 새로운 건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실패를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또 또 또! 앞으로 질리게 쌓아갈 새로운 도전들을 할 타이밍이었다.
▶️ 3화. 역제안 도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