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같은.
정서적 혼란을 겪은 한 주였다. 감정적 폭발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실로 오랜만에 느꼈다. 진짜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너무 낯설어서 잠깐은 내가 싫었다. 나를 싫어하는 마음이 버거워서 그냥 모든 걸 싫어했다. 나를 제외한,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모든 것들을.
그렇게 남탓을 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편안해졌다고 해서 우울감이 가신 건 아니었지만, 세상은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남탓을 하니 드디어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밥을 챙겨 먹는 나라니. 내가 너무 나쁜 사람 같으면서도,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대었다.
삶이 놓고 싶어진 생각을 받아들인 것도 한몫했다. 그 생각을 외면할수록 증폭되던 마음이, 그냥 그런 마음을 느끼는구나. 나 지금 너무 힘든가보다! 그 정도로 속상했구나. 하니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명절을 맞이하니 생각보다 순탄했다. 명절이라기보다는 설 당일전에 갖는 가족들과의 행사 정도?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미역국을 먹었고, 오후에 큰언니가 오니 갈비찜과 과메기가 생겼고, 저녁에 작은언니까지 오니 소라찜과 생쭈꾸미에 조개에 가리비와 고기까지 한가득 들어간 샤브샤브까지 생겼다. 언제나 이런 식이지.
올해 생일엔 미역국과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때였나. 오랜만에 엄마가 온다길래, 케이크를 사달라 했었다. '이번 생일엔 엄마가 함께구나! 엄마랑 케이크 먹어야지~!' 그러나 그날 엄마는 케이크를 사주지 않았고, 나는 그 후로 케이크를 사달라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날 이후로 엄마가 있는 생일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내가 케이크를 좋아하는 걸 모르는가보다.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 홀케이크를 먹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받는 기분이 숭숭했다. 기쁘고, 간질거렸지만 마음속에서는 못된 생각이 일었다. '우리 가족들 모일 때 이렇게 작은 생일케이크 사 온 거 처음 봐....'
언니 생일, 형부 생일, 조카들 생일, 엄마 생신 등.. 다 적어도 사람 얼굴보단 크지 않았나. 혹은 케이크가 두 개거나. 다들 케이크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랬잖아? 근데 왜 내 생일 땐 사람이 9명인데 손바닥보다 작은, 딸기 한 개 올라간 케이크지. 아이고야, 그놈의 케이크. 또 케이크 때문에 마음 상하긴 싫은데 진짜 속상하네. 근데 생일 축하 노래 들으면서 이런 생각하는 나, 좀 별로지 않아? 아휴, 됐다. 엄마가 말했다. "애기 때 이후로 이렇게 막둥이 생일상 차리는 거 처음이지 않나, 세상에 이게 얼마만이야~!" 기뻐서 축하해 주는 의사 표시였지만 나는 웃으며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미역국이 먹고 싶다는 말에 미역이 없다는 농담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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