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다정해지기 위해 내 건강을 챙기게 되는 것
12월 6일엔 미룸모가 있었어요. 미룸모는 제가 11월에 처음 만든 모임인데요. 아침 9시에 온라인으로 모여 1시간 정도 딱 집중하고 끝내는 모임이에요. 지난 11월에는 월요일마다 모였었어요. 그리고 12월 6일엔 합정동에 한 공간을 대관해 오프라인으로도 모여 서로 도란도란 떠들고, 모임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고민도요. 딱딱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샌드위치를 준비해 점심때 모여 자유롭게 식사하며 떠들었어요. 오늘은 그날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동네에 제가 자주 가는 소금빵 맛집이 있는데요. 제가 먹어본 소금빵 중 베스트에 들어요. 그리고 소금빵뿐 아니라 베이글이나 샌드위치, 휘낭시에, 식빵 등 소량으로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이왕이면 맛있는 샌드위치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 가게에서 사고 싶었어요. 예약하기 전 영업시간부터 확인했는데 이럴 수가…. 10시에 문을 열더라고요. 저는 9시 반에는 출발해야 했지요.
어쩔 수 없이 문의를 드리게 되었어요. 금요일에 필요한데 영업시간이 10시부터라 전날 사두려고 해요. 혹시 그래도 보관상 문제가 없을까요? 그랬더니 사장님께서는 금요일 9시 반에 가지러 와도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9시 반에 샌드위치 6개를 들고 출발할 수 있었죠. 그뿐이게요? 서비스로 마들렌을 하나 넣어주셨는데, 크리스마스를 의도하신 것 같은 스파클이 뿌려져 있었어요. 출발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더라고요.
지하철이 조금 연착되다 보니 저는 예상보단 늦게 도착했는데요. 모임원 두 분이 먼저 도착해 계셨어요. 익숙한 한 분과 실제로는 처음 뵙는 한 분이요. 익숙한 분을 보자마자 먼저 웃음꽃이 피어올랐고요. 처음 뵙는 분도 반가워 들뜨려던 참에 포켓몬이 그려진 간식을 받아 마음이 뭉근해졌어요. 테이블 위에 가득 찬 포켓몬들이 저를 반겨준 거예요. 이게 뭐예요? 물으니,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그러니까 옛날 문방구에 팔던 짝꿍이라는 불량식품 아세요? 네, 그거요. 그게 정말 많았어요.
너무 감사해서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떠들던 때부터 모임원분들이 하나둘 도착하셨어요. 샌드위치를 먹으며 모임을 진행했고요. 또 한 분이 슬쩍 과자를 한 박스 꺼냈어요. 다들 뭘 이리도 준비하신 건지, 이런 건 제가 미리 준비해야 했는데…. 정말 마음이 따듯해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도착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은 또 크리스마스카드를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정말이지 마음이 녹다 못해 제가 그냥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 아세요? 그럴 것만 같아서 마음을 꽉 움켜쥐고 시간을 보냈어요. 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ASMR 영상도 구경하고, 다과를 먹으며 행복했어요. 빈 오디오가 어색해서 헛소리를 늘어놓게 된다는 저에게 음악을 크게 틀라고 해준다거나, 요즘 고민이 있다는 말에 눈썹을 움직여대며 들어준다거나,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다고 가벼운 담소를 나눈다거나 그 모든 시간이 즐거웠어요. 이런데 어떻게 마음을 꽉 움켜쥐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마침내 모임이 끝나가던 때, 그러니까 이제 막 긴장이 풀리던 때인데요. 한 분이 제게 슬며시 무언가를 쓱 쥐여주셨어요. 아니, 근데 그렇게 스리슬쩍 넣어주셨는데, 이렇게 써도 되나? 자랑해도 되나 계속 망설이느라 인스타그램에도 올리지 못했는데 도저히 이 벅찬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서 써야겠어요. 요즘 자주 뵙는 지인분이세요. 당연히 모임에도 속해 있어서 오셨고요. 저는 사실 친구이자 동료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분이 마치 명절에 뒤에서 몰래 막내에게만 용돈 챙겨주던 우리 엄마처럼 막 조용히 그러나 재빠르게 선물을 쥐여주고는 쿨하게 뒤돌아 가시는 거예요. 어버버한 채로 공간을 나섰고, 지하철에서 스리슬쩍 확인하고는 애써 움켜쥔 마음뿐 아니라 긴장이 풀린 제 몸까지 모두 녹아내리고 말았어요. 직접 뜨개질로 만든 파우치였어요. 그것도 제가 최근에 명함을 만들려고 고심하니까 그 크기도 고려하셨다고요.
저는 요즘 힘이 들 때마다 주변 분들을 생각하곤 해요.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건 인스타툰을 시작했기 때문이고,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회사에 다닐 때라면 각지에서 모인 분들과 웃고 떠들고 담소를 나누며 고민과 공감을 주고받을 수 없었겠죠.
마찬가지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주변 분들을 보면서예요. 저는 늘 일이 바빴는데, 혼자일 땐 상관 없었어요. 그냥 혼자 울고, 혼자 힘들어하고, 혼자 애써 버티면 될 일이었죠. 가끔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일하곤 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어차피 혼자였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주변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이분들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 체력으로는 일도 소화하면서 자주 뵙기도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운동을 싫어하던 편이라 그래봐야 스쿼트 30개, 스트레칭 5-10분, 허리 운동 45개, 동네 산책 이런 미미한 숫자들이지만요.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시작하고 싶어졌어요. 건강해져서 주변 분들을 더 자주 살펴보고, 더 많이 인사 나누고, 더 오래 보고 싶어요.
내가 더 다정해지기 위해 내 건강을 챙기게 되는 것. 무척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이렇게 다정한 나비효과가 어딨겠어요. 오늘도 포근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도, 오늘은 포근한 겨울이 되길 바라요.
첫 글부터 이렇게 길어지면 앞으로 부담스러워지는데, 역시 제일 먼저 이 글부터 써야겠다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는 만화로 연재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