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저를 찾아주셔서 저를 감사하게 만드시나요.
오늘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벌써 서른 번도 더 넘는 생일을 맞이하는데도 왜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걸까요? 늘 생일 전날이면 기대하고, 생일 당일에는 '그래, 생일이 뭐 별건가….' 했던 것 같은데요. 이번 생일은 기대보다 감사했습니다. 즐겁다, 기쁘다가 아니라 감사했어요.
올해 생일엔 특히 함께 일했던 혹은 함께 일하는 분들이 많이 연락을 주셨거든요. 이미 프로젝트도 끝났는데 생일을 챙겨주시더라고요. 그 중엔 얼굴 한 번 뵙지 못한 분도 있어요. 또 몇 년 전에 잠깐 같이 일했던 분께도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럴 수 있나요?
19살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때 어떤 친구에게 "뭐 하러 그렇게 큰 소리로 인사해? 다른 애들 다 너 안 좋게 봐."라는 말을 들었었어요. 사람이 미어터지는 특별 관리 매장인 곳에서 저는 흩어질 인사를 하기보다는 큰 소리로 밝게 인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요. 그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종종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심지어 뷰티샵에서 일하던 때는 점장님도 저를 안 좋게 보고 괴롭힘도 있었어요. 어차피 매출도 적은 직영 매장에서 혼자 땀 흘리는 게 되려 과해 보였었나 봐요. 그럼에도 저는 바보같이 10년도 더 넘게 그런 식으로 일해왔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 저는 제가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또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에도 같이 일해보자고. 그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겸손한 티를 내려는 게 아니라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저는 꼼꼼하지 못하고, 작업적 능력도 부족해요. 덤벙거릴 때도 많고요. 걱정도 사서 하는 편이라 일을 자진해서 늘리곤 해요.
그러다보니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일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뭔가 잘못된 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해요. 누군가에게 폐가 되는 게 싫어서 퇴근하고 유튜브로 강의를 찾아보거나 주말에 학원을 다녔어요. 그런데도 덤벙대고 일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절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완벽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제가 일을 잘 못 한다는 건 제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열심히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서요.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서요.
하지만 그동안은 대체로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냐. 일에 너무 그렇게 스트레스받지 마라. 너만 고생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어요. 왜 그렇게까지 일하냔 말도요. 대부분은 절 걱정해서 해주신 말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그때마다 쭈뼛대며 쪼그라든 마음이 오늘 함께 일했던 분들께 축하를 받으며 모두 씻겨 내려갔어요.
그러니까요. 그런 사람들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꾸만 제가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거예요. 일을 잘한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들이 원하는 걸 제대로 다 수행해 내지 못하는데도 저를 찾아줘요. 제가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 자체로 저를 기억해 주고, 몇 년이 흘러도 저를 찾아줘요. 심지어 또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 줘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세상에 어떤 일이든 완벽히 해내는 사람은 없지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저는 있더라고요.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을 구해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리스크가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과 일한다면 적어도 그 과정이 덜 힘들 거라고 감히 예상해요. 어떤 문제가 있어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요.
오늘 생일엔 그런 제 마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일했었던 동료분들이나 클라이언트분들께 축하를 받으며 이제는 같이 일할 일도 없는데 참 고맙다 싶었어요. 심지어는요. 하나만 더 자랑하자면 같이 일했던 오래전 동료나 동기한테도 꾸준히 연락이 와요. 같이 스터디 했던 언니한테도요. 열심히 해 온 보람이 있습니다.
원래는요. 올해는 좀 즐기고 싶은데 별거 없이 지나갈까 봐 생일 기념 만화도 그려 올리고 그랬었는데요. 괜한 걱정이었더라고요. 작년, 재작년 함께 일했던 분들께 도착한 마음들을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요. 근래 들어 가장 뿌듯한 생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면만 쓴 것 같지만서도 저도 열심히 하지 못 했던 때도 많아요. 제가 생각해도 철없고 책임감 부족했던 나날들도요. 그러다가도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왔다 갔다 해 왔는데요. 돌고 돌아 아주 긴 시간이 흘러 오늘에야 헛되지 않았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30년이 넘는 시간만큼 더 뿌듯하고 더 희열? 같은 것이 느껴져요.
오늘 글은 솔직히.. 다시 보니 너무.. 너무...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재수없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자기 자랑만 줄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서 고민했었는데요. 생일이니까. 하고, 사실은 연재일이니까 이미 쓴 거 올려야지. 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올려요.
그런데 7분 지나서...... 21일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그냥 그런 걸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