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순 없으니까
그런 분들 계세요? 모르는 사람의 고민에도 밤늦게까지 검색하며 답을 찾아주곤 하는 분들이요. SNS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거 아시는 분?"하고 물으면, 모르는 내용인데도 검색해서라도 꼭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그런 분들이요. 그게 자기 일도 아니고, 하물며 아무 연관 없더라도요. 제가 그랬어요. 도움이 되는 게 기뻤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사실 저는 꼭 순수한 마음으로 친절을 베푼 건 아니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로 저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요, 쓸모. 저는 스스로에게 쓸모를 부여하지 못해 남들의 인정을 찾아 헤맸던 거예요. 그걸로 제 쓸모를 채웠던 거죠. 누가 모르는 걸 물어봐도 선뜻 "잘 모르겠어요."하고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꼭 답을 찾아주고 싶었거든요. "안 돼,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잖아! 어서 검색해. 빨리 찾아보란 말이야." 정신없이 검색하다 보면 제 시간과 에너지는 늘 고갈된 상태였어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저란 사람의 에너지보다 타인의 어려움이 우선이었어요. 어쩌면 제가 힘들 때 '누군가 도와줬으면….'하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저도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제가 보기에 저는 너무 작은 존재였던 거죠. 그 마음을 가지고 큰 꿈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꼭 제가 아니어도 되는 부탁에 무리해서 다 들어준다거나, 제가 도와줄 건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다녔어요. 접점 하나 없는 사람들로 제 인생을 채웠습니다.
그러다 차츰차츰 저에 대해 알아가며 제 안의 인정이를 발견했어요.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더라고요. 그런데 자존감이 낮았던 저는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타인에게서 인정을 찾아 헤맸던 거예요. 그래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러 다니고, 그걸로 '쓸모 있는 인간'이 된 성취감을 느꼈던 거죠. 저를 알아갈수록 제가 미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어요. 인정욕구가 강한 못난 모습도 짠하고 애틋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그 다음엔 저를 챙기고 싶어졌어요. 다른 사람들만 챙기느라 뒷전이었던 저를 위해 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힘이 많이 들었어요. 용기도 많이 필요했고요. 자꾸만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저를 욕하는 것 같더라고요. 모든 걸 다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던 제 곁엔 저를 만만히 보는 사람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러니 처음엔 그 사람들이 계속 변해가는 저를 욕했어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오히려 흔들리지 말라고 저를 다독여주었어요. 조금 더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다고요.
그래, 뭐 어때?! 그런 사람들한테 욕먹는 거 이제 안 무서워!
그렇게 마음먹고 나자 점점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저만 챙기다 보면 주변에 사람 하나 안 남을 줄 알았는데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어느새 그런 분들만이 가까이 남았고요. 몇 년에 걸쳐 얻어낸 소중하고 귀하고 감사한 인연들이었어요. 그분들에겐 솔직하게 다가갔어요. 내가 그동안 인정욕구가 강해서 나를 위해 살 줄을 몰랐어.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도 내 곁에 함께 해 줘서 고마워. 한동안 내가 좀 이기적이었지?
의외로 이기적이란 답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제가 무리해서 퍼주지 않아도, 아무리 이기적으로 굴어도 배려는 남아 있었더래요.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 알고 그거면 되었던 거래요. 뭘 더 받으려고 곁에 남은 게 아니래요.
그 후론 안도감과 동시에 해방감이 찾아왔어요. 모든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낯설었는데, 그게 당연해지는 순간이었거든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더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인정이 아니라, 제 만족과 제 인정을 위해 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면 제 상황을 먼저 살펴요. 제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지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이야기해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렵다고요. 대신 도와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 더 기쁜 마음으로 돕게 되었어요.
그런 제게는 이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진 않아요. 때로는 고독하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 제게 가장 귀한 건 제가 되었고, 무엇보다 외롭지는 않거든요. 소수의 사람과 더 깊은 마음을 나누는 게 저와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든 순간, 모든 이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요. 잘 모르는 여러 사람들에게는 제가 별로일지라도 저를 알아주는 몇 사람이 제 진심을 알아줘요. 좋은 사람이 아니라도 되는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해요.
제 이야기를 쓰면 쓸 수록 지금의 저를 만든 건 주변의 다정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달아요.
글을 쓰게 돼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