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룬 일 뿌수는 모임.
# 미룸모와 함께했던 2개월
지난 11월과 12월 아침 9시에 미룸모를 열었었다. 미룸모는 '미룬 일을 해결하는 모임'의 줄임말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 9시, 온라인으로 모여 1시간 동안 각자 미뤄둔 일을 하는 모임이었다. 11월에는 월요일에만 모였고, 12월에는 월요일과 수요일에 나눠서 모였다.
이 미룸모는 '실패'에서 시작되었다. 소규모 챌린지를 열려고 했는데 자꾸 미루게 되었고, 결국 포기했다. 포기하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건 미루지 말자는 마음에서 미룸모를 열기로 했다. 모집 과정도 간단했다. 인스타 스토리에 간단한 쪽지를 올렸고, 5명이 신청해서 나까지 총 6명이 모였다.
처음에는 대개 그렇듯 '과연 몇 명이나 올까?', '지속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모임원들은 나보다도 다정하고 꾸준했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11월이 지나고, 12월도 잘 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요일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12월에는 수요일 모임도 추가로 새롭게 열었다. 6명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10명으로 늘어났다.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더 긴 시간을 원했고, 또 어떤 분은 더 짧은 시간을 선호했다. 모임 시작 전 사담을 즐기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바로 시작하기를 원하는 분도 계셨다. 모두의 니즈를 맞추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선언하고 각자 1시간 동안 집중하는 걸 서로 지켜보는 그 시간만큼은 여전히 의미가 있었다. 업무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계발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 모인 이상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한 달이 끝날 때마다 오프라인 모임도 가지고 피드백 설문 폼도 받았다. "아침에 누군가와 약속이 있다는 게 힘이 된다.",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냈다." 같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열지 않을 생각이다. 처음엔 내 시간이 여의치 않아 미뤘는데, 여러 사람들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게 내게는 조금 어려운 과제였다. 무엇보다 2월에는 모집해 보니 한 분만 신청해 주셔서 열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음에 더 잘 열어보자니 홍보하거나 관리에 쓰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싶어졌다. 2월인 지금은 그 한 분과 평일에 서로 할 일을 매일 아침 주고받고, 저녁에는 간단한 회고를 주고받고 있다.
(*당연히 서로 주고받는 데서 그쳤기 때문에 비용은 받지 않았다)
그래도 2개월간 미룸모를 운영하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함께 모여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함께일 때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얻었다. 또 열진 않게 되었지만 고민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게 뭔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그리고 미룸모 운영자기도 하지만, 참여자의 입장에서도 '해내는 힘'이 조금 생겼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게 다시 자신에게 힘이 되어준다면 꼭 함께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함께 모여야 힘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혼자 해야 힘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당시의 나는 함께 모이는 약간의 강압적인 규칙이 필요했고, 지금은 규칙 없이도 내 것을 찾아 움직인다. 내가 해이해질 때면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아봤을 때 11월과 12월 두 번 열고 말았지만 미룸모는 성공이라는 개인적 의견! 성공! 성공!!
가끔 짝꿍이 미룸모 어떻게 됐냐고 할 때마다 어떤 부채감이 있었는데요. 얼마전엔 사람들의 니즈도 없고 제 니즈도 없다는 걸 인정하며 깔끔하게 "이제 안 열어." 라고 얘기했어요. 그래도 가끔 그 때를 돌아보고 후기를 또 한 번씩 보면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
소규모 챌린지 열기 실패에서 시작된 미룸모 운영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