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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r 28. 2017

빅팍(Big Park), 몽상과 현실을 넘나들다.

17-18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 리뷰

2017.3.28.

Photo : 서울패션위크 by 패션채널


패션위크  런웨이 리뷰 : 빅팍(Big Park)


패션이란 꿈과 현실 사이의 어디쯤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오늘 빅팍(Big Park)의 쇼는 근사한 선물이었다. Humming in the Midnight, ‘깊은 밤의 허밍’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박윤수는 과거와 현재, 몽상과 현실, 레저와 이브닝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일찍이 배포된 빅팍의 보도자료는, 이번 쇼가 디자이너 박윤수의 80년대 90년대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젠더리스 아우터웨어(Genderless Outerwear) 컬렉션과, 아뜰리에 쥴라이컬럼과의 두번째 콜라보로 전개되는 ‘레저 캡슐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장이 될 것이라 적고 있었다.  


티켓과 함께 동봉된 간단한 노트와 쇼 시작전 홀의 모습


보도자료만으로는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컬렉션을 상상했으나 막상 시작된 쇼의 메시지는 놀랍도록 풍부했다. 쇼는 클래식한 현악 사운드트랙과 함께 시작되었다. 모델들은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헤어스타일에 느슨한 베레모를 쓰고, 흠잡을데 없는 턱시도, 혹은 프렌치 빅토리안(French Victorian)을 연상시키는 볼륨 자켓과 드레스를 걸친 채 걸어 나왔다.  



이 스타일들은 80년대를 담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많은 예술가들이 동경하는19세기의 몽마르뜨, 당대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연인들이 모여 시와 밤을 노래하던 작은 언덕의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했다. 스테이지 위에 빛나고 있는   Humming in the Midnight이란 장식에는 어딘가 아르누보의 감성이 묻어났다. 가끔 바이올린을 든 모델과 짚시풍으로 강하게 연주되는 사운드트랙이 이런 환상을 깊게 끌고 갔고, 그런 순간마다 노련한 노장의 디자이너는 모던한 피스(piece) 들을 내보내며 현대적 감각을 환기시켰다.


빅팍 쇼의 스테이지 입구. Humming in the Midnight이라 쓰여있다.


대담한 오버사이즈의 셔츠, 프레피 풍의 스트라이프 니트, 트위드 팬츠, 언밸런스한 점퍼스커트들과 함께 등장한 젠더리스 아우터들은 쇼 장을 가득 채운 젊은 팬들의 지갑을 열 잇아이템(It-item)들이었다. 특히 돋보였던 것은 섬세하게 색을 고른 트위드 소재의 박시 코우트들이었다. 다양한 울 코우트와 밀리터리 파카, 후드 자켓 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곧이어 쥴리아컬럼의 감성이 묻어나는 미드나잇 시리즈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쥴라이컬럼이 그려내는 미드나잇은 벨벳 위에 프린트 된 별자리이기도 했고, 실크 위에 펼쳐진 은하수, 혹은 타로 카드의 태양을 떠오르게 하는 울 자카드이기도 했다. 이 꿈꾸는 듯한 패턴들은 스포티한 레저 아이템들 위를 수놓았다가, 피날레에서는 다시 빅토리안풍의 자켓과 드레스를 장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트렌드와 스토리가 모두 풍부하게 녹아 있는 쇼였다. 총 47벌의 풍성한 퍼레이드는 유려하고 매끄러운 리듬으로 런웨이를 훑어내렸다. 빅팍이 들려준 한 밤의 허밍은 시이고 노래이고 환상이었는가 하면, 단숨에 빈티지를 사랑하는 서울의 스트리트로 돌아오는 타임캡슐이기도 했다.



런웨이에서는 세븐틴의 민규가 모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를 지켜보는 다른 세븐틴의 멤버들이 프론트로우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줄곧 쇼를 라이브로 생중계하고 있던 일본의 블로거에게도, 또 바로 그 옆에서 핀이 나간 줄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대던 필자에게도 오늘 빅팍의 쇼는 분명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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