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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r 29. 2017

리릭(Lirik), 어번 미학의 서정(敍情)

17-18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 리뷰

2017.3.29.

Photo : 박주민 블로거 제공


Lirik의 쇼를 보게 된 건 우연이었다. 큰 기대감 없이 GN의 쇼도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과 우연히 얻게 된 티켓, 사실 이것이 Lirk의 쇼장을 찾은 동기의 전부였다.

쇼 장에 들어서자, DDP 공간 중에서도 자그마한 살림터 4층에 겹겹이 놓은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울러 잔디밭에 천막을 쳐서 사용하고 있는 백 스테이지는 아직 자리잡지 못했지만 풋풋한 새싹을 틔우는 GN의 입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일찌감치 입장한 나는 간단히 이정필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찾아 읽고 있었다. 앤드뮐레미스터, 르메어 등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의 인터뷰는 그저 심플했다. 사전에 알게 된 정보라곤 디자이너의 취향과 브랜드명인 Lirik이 서정(Lyric)을 의미한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곧 조명이 켜지고 사운드트랙과 함께 쇼가 시작되었다. 오프닝 룩을 보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세상에!’라고 외칠 뻔했다. 그리고 옷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무심코 읽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인터뷰 내용이 하나하나 또렷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옷을 ‘자연의 옷’ 이라고도 표현했던 것 같고, 소재에 중점을 둔다고도 했던 것 같다. 아울러 틀에 얽매이지 않는 멋을 추구한다고도 했던가. 그가 내뱉었던 단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의 옷들은 하나하나 또렷한 실체를 그려나갔다.

이정필은 굳이 단정하자면, 모던 테일러링의 강자다. 그는 모던하고 내추럴한 튜닝으로 재킷과 슈트, 팬츠를 가다듬었다. 그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약간의 언밸런스, 과하지 않은 스트랩 장식, 내추럴한 컷오프는 스스로 좋아한다고 말했던 르메어나 다미르 도마, 드 뮐레 미스터 등과 같은 어번 미학을 지향하고 있었다. 단 리릭은 한층 퓨어(Pure)하고 클린드업(Cleaned-up)한 방향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이정필은 티셔츠도 솜씨 있게 다루었다. 그의 팬이라면, 이런 재킷과 티셔츠를 입다가 기본 재킷과 기본 티셔츠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소재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정필의 슈트는 모두 슬럽사가 적절히 들어간 소재이거나 혹은 기모감으로 따스함을 더한 것들이었다. 주로 그레이와 아이보리, 차콜 컬러를 중심으로 하는 미니멀한 팔레트가 이정필의 어번 미학을 심화시켰다.


쇼가 끝나고 나는 이정필을 마구 서칭 하기 시작했다. 그의 정보는 의외로 별로 없다. 심지어 나는 아직 나는 그의 이번 쇼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지금 그의 옷은 GN을 넘어 이미 완성단계에 있다는 것과, 바로 그렇기에 지금보다 몇 년 뒤의 그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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