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S HISEOUL FASHION SHOW
2017.10.13.
Photo: 김소희
오늘 오후 5시, DDP 이간수문광장은 인파로 복잡하게 북적이고 있었다.
발디딜틈 없이 모여든 인파는 모두 소잉바운더리스 (Sewing Boundaries)의 2018 춘하 프리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다음 주부터 헤라서울 패션위크가 시작된다. 작년까지 별도로 열렸던 Hiseoul Fashion Show는 올해에는 패션위크의 전야제처럼 바로 앞서 시작되었다. 소잉바운더리스의 프리젠테이션은 그 첫 행사다.
프리젠테이션에 오기 전, 나는 디자이너 하동호로부터 시즌 컨셉에 대한 메일을 받았다. 거기에는 이번 컬렉션 스토리가 “ the Palette” 라고 적혀있었다. 그의 메일은 “저는 ‘컬러’에 대한 관심이 참 많은 편입니다."란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완성된 컬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색들이 바탕이 됩니다. 그런 의미를 여러 종류의 “선”으로 두어 우리만의 스트라이프를 개발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의 컬렉션은 모두 컬러에 대한 이야기였다. 레드, 블루, 옐로우, 그린 같은 선명한 아이비리그 컬러는 언제나 빠짐없이 그의 쇼를 장식해왔다. 주로 춘하에는 밝은 그레이와 화이트가, 추동에는 다크 그레이와 블랙이 그의 컬러들을 뒷받침하며 소잉바운더리스의 색깔을 가다듬어 왔다.
2018년 춘하 컬렉션의 메인 스테이지는 '소프트 베이지'가 장식하고 있었다. 베이지 제품들은 주로 니트와 트렌치였는데, 이 위로 소잉바운더리스 특유의 볼드한 스트라이프가 스마트한 대조를 그리며 지나갔다. 소잉바운더리스의 개발한 새로운 스트라이프는 세일링(Sailing)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터치의 잔잔한 스트라이프였다. 하동호는 초대장에도 이 스트라이프를 넣었다. 여기엔 간혹 리복 로고가 더해졌는데, 후드 티셔츠, 셔츠, 팬츠 등 다양한 아이템에 쓰였다.
소잉바운더리스의 볼드 스트라이프가 다이나믹한 엣지를 세우고, 새로이 개발한 스트라이프가 이를 부드럽게 융화시키는 미묘한 대조감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스포티한 메트로 마린(Metro Marine) 색채가 짙은 컬렉션이었다. 수트 라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댄디한 스트라이프 수트 외에도 굵은 빠삐용 스트라이프의 블루종 세트, 혹은 잔잔한 데크체어(Deck Chari) 스트라이프의 쇼오츠 수트들이 이지한 도시 감성을 뽐냈다.
리복에서는 프리젠테이션 곳곳에 자신들의 Instapump Pury 시리즈를 전시했다. 리복의 컬러풀한 슈즈들은 대체적으로 소잉바운더리스의 컬렉션과 보기 좋은 공명을 자아냈다.
잠시 무대 옆에서 하동호를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올해로 5년 차, 자신의 색깔에 대한 시장의 검증은 이미 끝났을 그다. 그가 즐겨 쓰는 볼드 스트라이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짧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 스트라이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곳엔 컬러를 좋아하는 그와 그의 굵고 컬러풀한 스트라이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동호도, 컬렉션도, 컬렉션 노트도 모두 솔직 담백했다. 어려운 영감의 해설도 없었고, 복잡한 기교도 없었다. 하지만 2018년의 서울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좋은 질감의 컬러풀한 니트, 리조트풍의 댄디 수트, 스포티한 후드, 데님과 와이드 팬츠—이 담겨있는 필굿(Feel-good)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