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SS 헤라 서울패션위크 리뷰
2017-10-19
패션위크가 되면 많은 디자이너들로부터 쇼노트를 받아보지만, 더캄의쇼노트는 특별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느끼는 질문. 삶에 대한, 시대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에 대해 디자이너 감선주는 따뜻하고 결이 고운 필체로 이렇게 적었다.
일상은 과학적이면서 감성적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동일한 패턴을 산다는 것은 무언가 고루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지만
인간의 깊은 내면의 바램은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동일할지 모릅니다.
새로운 기술력을 습득하는 것이 세련됨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과거의 아카이브를 들춰보는 것은 아련한 그 무엇,
나의 본질적 바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의 워크웨어를 재해석하여 포멀하고 베이직하게 표현하고, 3Dprinting을 이용하여 악세사리를 개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그녀는 목분 필라멘트를 사용해 나무 느낌의 3D printing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감선주는 쇼장을 찾은 게스트들에게도 작은 나무 반지 하나씩을 선물했다. 그 반지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모두가 인공지능을 논하는 시대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희망의 징표 같았다.
감선주 스스로 ‘Modernized Past’라 이름 붙인 컬렉션이었다. 쇼 또한 따뜻하고 결이 고운 테일러링으로 가득했다. 수트는 스킬 풀하게 재단되었지만, 나즈막하고 편안한 어깨, 정성스럽게 비율을 잡은 주머니와 디테일들로 단아하게 표현되었다.
소재의 선택도 탁월했다. 코튼과 실크, 파인 텍스쳐(fine texture)의 수트지 등이 주를 이루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재는 모던한 패턴의 레이스들이었는데 The Kam이 추구하는 Calm(감선주의 브랜드명은 자신의 성과 Calm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한 미학과 Modernized Past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상징적 소재였다.
이 스타일들은 과거에 머무는 것 같았지만, 모델들이 뒤돌아 걸어갈 때 보이는 아방가르드한 뒷모습들은 모던함과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위 해체주의적 디자이너들이 다루는 공격적인 파격은 아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소녀들의 원피스 뒷자락을 묶던 허리 리본처럼 곱고 느리게 매어진 따뜻한 장식들이었다.
따뜻한 미래를 꿈꾸는 이는 드물다.
이런 시대에 고운 정갈함, 모던한 단아함을 그려내는 디자이너 감선주.
쇼가 끝나고 그녀는 무대로 나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게스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날의 쇼는 그녀의 쇼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금방 알 수 있는 쇼였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녀의 옷은 이러하구나, 라는 느낌은 너무도 쉽고 다정하게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감선주라는 사람의 따뜻한 체취와 정성스런 스타일, 어쩌면 그녀가 그리는 Modernized Past는 Warm-hearted Future의 다른 말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