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희 Oct 25. 2017

랭앤루가 전하는 매력의 법칙

2018SS 헤라 서울패션위크 리뷰

2017-10-19


랭앤루는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펼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랭앤루를 이끌고 있는 변혜정과 박민선, 이 듀오 디자이너는 인스타에서 각각 @designer__lu, @designer__lang이란 계정으로 활동 중인 스타일리시한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이 2011년 랭앤루를 런칭해서 오늘날과 같은 대중적 인기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랭앤루가 보여준 변화는 그야말로 다이나믹했다.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요즘이다.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느라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하고, 그렇게 몰입한 자신의 세계 또한 세상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런 시기에 랭앤루가 걸어온 길은 많은 새내기 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이 된다. 


이들은 확실한 시그너처, 즉, 독특한 프린트의 랩 저지 원피스에 집중하여 출발했다. 이 스타일들은 눈길을 끌기 적합했고, 카테고리 킬링형이어서 생산도 관리도 훨씬 용이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아야 할 시즌인 추동이 다소 약해 보였다. 하지만 변혜정과 박민선은 또 하나의 추동용 시그너처인 독특한 컬러감의 에코퍼를 런칭시키며 사업을 도약시켰다. 모든 과정은 세련되고, 랭앤루다운 호흡으로 이뤄졌고, 매력적인 성공을 거듭해왔다. 


이번 쇼는 그런 랭앤루의 첫 패션쇼였다. 첫번째 쇼라고 하기엔 프런트 로우를 줄지어 앉은 연예인들이 랭앤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과연 이 영리하고 멋진 두 아가씨가 펼칠 2018 춘하의 런웨이는 어떤 모습일까. 

쇼노트에는 ‘Retro Galm’이란 제목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생의 가장 화려했던 기억
우리의 달콤했던 핑크빛 순간
지나고 나면 더욱 강렬하게 남는 자욱
겹겹의 패턴으로 오버랩되는 과거


그리고 컬러

80년대의 롤러 스케이트장을 연상시키는 사운드트랙과 함께 경쾌한 스타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델들은 80년대의 크림프 펌(Crimp perm)으로 한껏 부풀려진 머리와 커다란 팝아트풍의 이어링, 과장된 볼터치를 하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별과 커다란 도트, 스트라이프, 단순화된 히비스커스 프린트의 실크 드레스들이 신나는 퍼레이드를 펼쳤다. 


곧이어 반짝이는 레이스, 러플 가운, 루렉스 드레스들이 등장하며 어느 복고풍 파티에서 주인공이 되어 있을 레트로 글램의 디바(diva)를연상시켰다.


놀랍게도 이 듀오는 과감하게 토털룩을 시도했다. 원피스와 바디수트, 에코퍼는 여전히 큰 비중이었지만, 과거 랭앤루 제품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채로운 수트와 팬츠, 자켓, 블라우스, 시이드 드레스 등이 토털 브랜드로서의 랭앤루를 암시하며 간간이 등장했다. 저 옷들을 실제로 입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궁금증은 영리하게도 프런트 로우에 앉은 셀레브리티들이 해소해주고 있었다. 이들은 랭앤루의 신제품을 입고 와서는 게스트들이 그 옷의 실제를 짐작케 하는 마네킹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첫 쇼인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스포티즘처럼 랭앤루 컨셉에서 놓치기 아까운 주제들이 더해지고, 조금 더 다채로운 질감의 소재들이 등장했다면 감성적으로나 판매면에서도 더 풍성했을 쇼였다. 그러나 쥬얼리에 대한 가능성, 토탈에 대한 가능성을 새로이 열어두었고, 여기에 신나는 쇼비즈가 무엇인지도 이해하는 브랜드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증명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도 충분했다. 


변혜정과 박민선 듀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특히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그들 스스로가 이 길을 즐겁게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쇼는 끝나고 많은 여운과 갈채 속에 스스로의 숙제들을 고민하고 있을 두 디자이너를 생각해본다. 지금까지의 많은 도전이 그래 왔듯이, 또 한 번 랭앤루다운 성공적이고 매력적인 도약이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캄, MODERNIZED PA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