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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Nov 03. 2017

TERIAT, 보더리스(Borderless)로의 진보

2018SS 헤라 서울패션위크 리뷰

2018-10-18

Photo: 오우훈


명마 시크리테리엇(Secreteriat)에서 이름을 빌어왔다는 김나랑의 테리엇(Teriat).

테리엇은 오래된 가죽 마구(馬具Harness)의 내음이 진하게 배인 스트리트 캐주얼을 지향해왔다. 이번 쇼에도 김나랑은 20세기 초 영국의 정서와 21세기 오늘날 서울의 정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게스트들을 안내했다.


쇼의 주제는 보더리스(Borderless)였다.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그만큼 테리엇의 외연이 넓어진다는 뜻이리라. 오프닝 룩은 메모리 소재의 타프타로 어깨를 대고, 포켓엔 드로스트링을 장식한 인상적인 수트였다. 연이어 지퍼 장식의 블랙 수트가 등장하며 현대적 스포츠와 귀족주의 문화의 조화라는 메세지가 세련된 터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스들은 클래식한 터치로 가다듬은 다양한 아우터들이었다. 블랙 레더에서 출발하여 코튼 소재의 내츄럴 핑크까지 이어졌던 박시한 레이스마스터 자켓(Racemaster Jacket), 스냅으로 여미는 홑겹의 체크 코우트들은 참석한 바이어들이 낙점을 찍었을 아이템으로 보였다.


이너웨어도 주제가 분명했다. 홑겹의 스카프 타이가 달린 슈미즈류와 커다란 말 머리 아플리케로 장식한 스웻셔츠들도 테리엇의 유니크한 존재감을 드러내 주었다. 모두 테리엇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들이었다.


아쉬운 것은 여성 수트였다. 아마 다음 시즌을 위한 새로운 복선인지 모르겠으나 그간 테리엇이 표방해온 ‘유니섹스적 고급스러움’이란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몇몇 프릴자켓들은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클래식했다.


이제 데뷔하지 얼마 되지 않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색깔을 지켜내며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라도 맨투맨티셔츠와 데님, 아노락을 만들어 대중적 가격에 팔아재끼지 않으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상업적인 레이블이 될 것인가.


그러나 디자이너의 숙명이란 사실 자신의 길을 가면서도 상업적 성과를 거두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디자이너 김나랑의 이번 컬렉션은 그간 스스로가 발견한 길에 대한 담담하고 조용한 증명과도 같았다. 테리엇다왔으며, 동시에 커머셜 했다. 쇼 전체의 어색한 구성은 없잖아 있었지만, 아직 서울 창작스튜디오에 머물고 있는 새내기 디자이너로서는 한발 한발 단단한 걸음을 디뎌가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였다.  


과연 테리엇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번 쇼에 고스란히 묻어난 디자이너 김나랑의 고민, 그 치열함에 대한 열정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승마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젊은 감각으로 녹여내고 있는 유니크한 브랜드로서 테리엇의 미래는 무척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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