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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Apr 12. 2018

두칸, 나선을 그리는 PATHWAY

2018 추동 헤라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의 세계는 화가의 세계와 일면 유사하다. 화가에게 화풍이 있듯이 디자이너들에겐 각자 자신의 제품을 풀어내는 고유한 터치가 있다.  

그러나 일면 디자이너의 세계는 가수들의 세계와도 유사하다. 늘 신곡을 발표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그 신곡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도 또 잊혀진다. 늘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으면 금새 잊혀지는 게 모든 트렌드 산업의 운명이다. 


두칸의 이번 시즌 주제는 Pathway였다. 늘 두칸이 그려오던 주제, 디자이너 최충훈의 화풍이 살아있는 생생하고 강렬한 프린트들이 다시 주제가 되었다. 오솔길, 경로, 진로 등을 의미하는 Pathway란 주제를 앞에 두고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화풍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지오메트리가 있었고, 또다시 플라워가 있었다. 강렬한 점, 선, 면이 꽃 프린트와 만나 빚어내는 현란한 두칸의 프린트는 이미 이 브랜드의 시그너쳐다. 그가 과연 여기에 어떤 새로운 제안을 더할 것인가.  

대부분 패턴을 시그너쳐로 삼는 브랜드들은 한결같은 색이 있다.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나 레오나드(Leonard)와 같은 브랜드들은 스스로의 시그너쳐 패턴을 반복재생산하며 브랜드를 전개한다. 때문에 브랜드가 제안하는 스타일의 보폭은 좁지만, 바로 그 때문에 고정 팬들을 확보하는 독특한 공식. 두칸도 그 세계에서 자유로운 브랜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칸은 이번 쇼에서 분명 어떤 ‘진화’를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 같다. 마치 도돌이표 같은 컬렉션이지만 최충훈의 Pathway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곳을 향하는 나선을 그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장 좋았던 건 저어지가 줄고 솔리드가 늘었단 점이었다. 저어지가 줄면서 전체적인 컬렉션의 이미지는 고급해졌다. 여기에 선명한 블랙, 옐로우, 레드의 단품들은 멋진 테일러링으로 또 다른 강렬함을 선사했다. 특히 돋보였던 건 코우트들이었다.  

두칸은 지난 시즌의 주요 아우터였던 밀리터리 코우트나 바머 자켓에서 크게 바운더리를 넓혔다. 그 안에는 모델이 돌아설 때마다 크게 펄럭이며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40년대와 80년대를 잇는 글래머러스한 코우트들이나 슬릿과 메탈 스터드와 버튼으로 장식된 록(Rock)풍의 모던한 코우트들이 새로 포함되었다.  

시그너쳐 프린트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도 한층 다양해졌다. 과감한 절개와 바인딩, 패치워크는 여전했지만, 여기에 레이스를 섞고, 볼륨을 가미하면서 스타일들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전반적으로 한층 균형있고 세련되어진 쇼였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음 춘하시즌에는 메인피스인 드레스 라인에서도 혁신적인 테일러링을 가미한 스타일들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경력이 농익은 디자이너가 추동 시즌 아우터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레스가 메인아이템이 되는 다음 춘하에는 보다 다채롭고, 새로운 테일러링의 두칸 드레스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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