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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Oct 23. 2018

‘영원히 두근두근’,  Acoud by Chanu

2019 SS 도쿄 아마존 패션위크 리뷰

Acoud by Chanu를 이끌고 있는 이찬우는 도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디자이너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꽤 많은 일본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16년 10월 도쿄 Amazon Fashion Week 2017 SS의 오프닝 무대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일본의 도쿄 패션위크와 한국에서도 서울 패션위크는 같은 주간에 개최된다. 평상시라면 한국에서 서패위에 참석하고 있었겠지만 올해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 17일 도쿄에 머물게 됐고, 그 덕에 Acoud by Chanu의 2019 춘하 쇼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쇼의 주제는 Forever Thrilled, 한국말로 하자면 ‘영원히 두근두근’이란 의미다. 어린 시절 그를 두근거리게 했던 장난감, 그림책, 프라모델, 스포츠, 게임, 로봇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찬우는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옛 친구 들을 만나면서 이 주제를 떠올렸다고 했다.

처음 그에게 이 주제를 듣고는, 과연 Acound by Chanu에서 어린 시절의 두근두근함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찬우는 강렬하고 다크한 미학을 가진 디자이너다.

쇼 당일, 스테이지에는 어린 시절 그의 아지트를 연상케 하는 부조물이 서 있었고, 쇼 장밖으로는 길게 늘어선 게스트들이 힙합과 춤, 타투 문화에 젖어있는 컬트 부족임을 과시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영감을 자신의 미학으로 어떻게 소화해낼까? 그리고 그의 강렬한 옷을 보고자 몰려온 팬들에게 이 주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쇼가 시작되자 검은 마스크를 한 다섯 명의 댄서가 등장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로 시작한 오르골 소리 같은 사운드트랙이 미묘한 단조풍으로 바뀌면서 이 Triqstar란 댄스크루는 심장박동을 자극하는 강렬한 크럼핑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이 짧은 춤은 이찬우의 미학과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멋진 오프닝이었다. 아마 누군가의 어린 시절은 파스텔컬러 가득한, 느리고 평온한 동화책 세상을 닮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찬우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늘 두근거림을 찾아 친구들과 뛰어놀고 장난감을 조립하고, 비보잉과 음악에 심취했을 꼬마 악동의 모습이었다.  


춤이 끝나자 2개의 레고 로봇이 스테이지를 장식했고, 그 사이로 모델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우 참신한 버전의 Acoud by Chanu를 그려냈다. 그간의 Acoud가 블랙과 데님, 강렬한 메탈의 번쩍임을 시그너쳐로 하는 하드코어 펑크였다면, 이번 2019 춘하 컬렉션은 여기에 위트와 장난기, 컬러라는 요소가 멋지게 배합되었다.

밝게 워싱된 데님, 파스텔 나일론 피스들이 순진한 어린 시절의 단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Studio Jigii와 콜라보한 가방은 마치 폭탄을 연상케 하는 위험한 장난감 공처럼 모델의 목에 걸려있었다. 지퍼와 메탈 프린지, 스기 히로야마의 사이키델릭 프린트 등 Acoud by Chanu의 강렬한 시그너쳐들도, 이번 쇼에서는 헤비메탈 아트라기보다는 도시의 뒷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놀이복 같은 가벼운 터치로 다뤄졌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커머셜한 피스들의 성장이었다. 이찬우의 옷은 저렴한 옷이 아니다. 그동안 럭셔리의 선을 정확히 긋고 매니아 층을 공략해 온 그였지만, 이번 시즌 이찬우는 자신의 미학을 대중적으로 말하는 화법을 발견한 것처럼 보였다. 새로 선보인 점프슈트, 아노락, 데님, 실크 블루종과 롱 셔츠들은 모두 그의 기존 팬은 물론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폭넓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쇼의 마지막 퍼레이드에서 모델들은 게스트들을 향해 절을 하듯 머리를 숙였다. 이 영리한 퍼포먼스는 아마 공들여 장식한 레고 머리 장식들을 게스트들에게 정확히 보여주려는 의도였으리라.

기획과 스타일링, 연출 모든 면에서 세련된 힘을 발휘한 쇼였다. 쇼가 끝나고 이찬우는 프레스들에게 잔뜩 에워싸여  인터뷰하기에 바빴다.

그의 그런 모습은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그는 쇼노트에서 그렇게 적었다. 패스트패션으로 가득 찬 세상에 럭셔리 패션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이다.

이찬우는 그날 밤 오모테산도 힐즈에 모여있던 Acoud by Chanu의 게스트들에게 같은 두근거림을 나누어주었다. 그의 쇼는 사람들로 하여금 패션에서 마지막으로 느꼈던 두근거림은 어떤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이찬우의 에너지로 이번 시즌 Acoud by Chanu가 더 크게 날아 오를 것이다.

바다 건너에서 활동하는 이 젊은 디자이너의 미래에  나 또한 두근거림과 응원을 함께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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