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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Apr 03. 2018

랭앤루 바이브, 여자를 들뜨게 하다

2018 추동 서울패션위크 리뷰

랭앤루는 핫하다. 왜일까?

랭앤루의 인기를 두고 후배 하나가 그런 질문을 해왔다.

“랭앤루가 왜 인기인 거에요? 옷만 보면 원피스도 그렇고 블라우스도 다른데 예쁜 게 더 많은 거 같던데”

내 대답은 이랬다.

“소비자가 옷만 보지 않는데, 어째서 옷만 보고 얘기해?”


브랜딩.

오늘날 디자이너 브랜드의 실체는 ‘옷’이 아니다. 디자이너 산업은 제품만 이야기하는 공산품이 아니라, 감정과 취향, 교감이란 독특한 밸류가 작용하는 특별한 세계다. 여자들은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사는 게 아니다. 랭앤루를 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랭앤루는 유일무이한 컨셉의 브랜드는 아니다. 달콤한 컬러, 아기자기한 인조털 코우트들, 80년대 바이브(Vibe)로 가다듬은 팝(Pop) 스타일 프린트들.. 아이스크림 가게와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연상시키는 스테레오타입은 여성들의 세속적 취향에 솔직한 정곡을 찌르는 것들이다.   

랭앤루를 이끄는 영리한 두 디자이너 박민선과 변혜정은 자신의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일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쇼장에서, 그리고 랭앤루의 매장에서 이 두 아가씨는 언제나 고객들에게 완벽한 만족함을 선사한다. 무엇이 더 필요하랴. 랭앤루는 누구보다 대중적 브랜딩에 성공한 보기 드문 디자이너 브랜드다.


랭앤루에 대한 한 가지 염려는 ‘트렌드’다. 프린트드레스와 인조털 코우트가 왠지 영원한 아이템은 아닐 거 같은 불안감이랄까. 지금은 컬러풀한 단품들이 탑 트렌드지만, 만약 이런 유행이 지나가 버린다면 랭앤루는 장차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게 될까?   

놀랍게도 랭앤루는 바로 두 번째 쇼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녀들은 프린트 드레스와 인조털 코우트로부터 큰 걸음을 떼어 한 발을 내디뎠다. 바로 니트와 테일러링이란 클래식의 영역이다.


이번 쇼의 주제는 ‘첫사랑’이었다. 80년대 디스코장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거울 재질의 블록이 깔려 있는 런웨이 위로 한껏 부풀린 레그오브머튼(Leg of Mutton) 소매의 피스들이 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랭앤루가 볼륨을 다루는 솜씨였다. 겉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소매였지만, 실제로 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드레이핑 되었다. 도트무늬 드레스는 전통적인 세기초의 방식으로, 블랙 레이스를 댄 레드 드레스는 플리츠를 넣어 볼륨을 모으는 방식으로, 또 레드 수트는 절개를 통해 봉합하는 방식으로 재단되었다.

곳곳에 그녀들이 성장하고 있는 흔적이 있었다. 크게 턱을 잡아 볼륨을 살린 맥시 코우트, 마치 스카프처럼 넥라인을 드레이프처리한 원피스. 글래머러스하게 재단된 체크 코트 등 랭앤루는 컬러와 프린트를 뛰어넘어 이번 시즌 정통 꾸뛰리에의 길로 성큼 다가갔다.

가장 좋았던 건 니트였다. 기분좋은 질감의 울 니트에 섬세하게 뽑은 컬러, 여기에 위트넘치게 짜넣은 미니 하트 모티프의 손가락 패턴은 랭앤루 고객이라면 이제 또한번 지갑을 열게 될 잇아이템이 틀림없었다.   

디자이너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두번째 쇼가 끝나고 갖게 된 확신 하나는, 이 듀오는 뜨고 지는 트렌드를 뛰어넘게 될 거라는 것. 적어도 지금의 팝 트렌드와 함께 흥했다가 함께 사라지는 브랜드는 아닐 거라는 것이다.  


랭앤루의 인기는 지금 안주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또 한번의 진화를 보고 있자니, 지금의 이 파죽지세 또한 어느 날 우연히 찾아 온 행운이 아니라 그녀들의 쉬임없는 노력이 일궈낸 마땅한 열매란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랭앤루는 어디까지 성장해 나갈까. 다음 시즌 또한 즐거운 설레임으로 기다려 본다. 박민선, 변혜정 두 디자이너의 쇼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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