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cities Jazz Festival, Minnesota
그토록 기다리던 재즈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재즈에 미친자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재즈의 선율을 좋아하고, 라이브 공연을 마주할 때면 기분이 들뜨는 사람으로서 이 동네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은 작년 여름부터 나를 고대하게 만들었다. 내게 재즈페스티벌이라 함은 7년 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재즈페스티벌이 전부이긴 하나 그때의 추억은 강렬했다. 유난히 화창했던 날씨와 푸른 잔디밭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재즈를 감상했던 그 날의 기분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다녀 온 Twincities Jazz Festival 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재즈와는 다른 새로운 재즈의 경험을 선사했다. 알고 있던 재즈페스티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 다른 모습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기존에 알던 재즈페스티벌은 어떤 한 장소에 큰 무대를 비롯해 작은 무대를 곳곳에 마련해두고, 주변에서 파는 먹거리를 사들고 그 앞에 앉아 재즈를 즐긴다는 개념이었는데, TJF(Twincities Jazz Festival)은 사뭇 달랐다. 공원에 메인스테이지가 있고, 주변에 푸드트럭이 즐비한 것까지는 비슷했다. 다른 점은 메인스테이지 근처 가게에서도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안내판에서 볼 수 있듯이 야외에 설치된 메인스테이지는 총 2곳이고, 나머지 공연 장소는 메인 스테이지 근처 혹은 조금 떨어진 가게에서 열렸다. 피자집, 펍, 스테이크 하우스, 칵테일 바 등 다양하게 가게를 섭외해 둔 모양. 나는 메인스테이지에서 가장 가까운 Big River Pizza 에서 저녁을 먹으며 재즈 공연을 즐기기로 했다.
메인스테이지와 근처 가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재즈페스티벌. 동네 전체가 연계된 형태의 페스티벌을 직접 경험해보니 여러가지 장점이 떠올랐다.
첫번째. 축제 입장에선 무대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축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무대를 설치하고 관리하는데만 큰 비용이 들 것이다. 하지만 주변 가게와 연계해서 공연을 하게 되면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평소에도 라이브 공연을 자제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들을 섭외했기에 가게도 따로 무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가게에서도 자체적으로 홍보를 진행할 것이므로 홍보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가게 입장에선 장사가 더 잘 된다.
평소에도 가게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굳이 페스티벌에 참가해야하나? 라는 질문이 온다면, 나는 굳이 참가하는 것도 좋다는 입장이다. 축제나 행사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평소에는 우리 가게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축제로 인해 몰려 든 인파 덕에 그 날은 아마 평소보다 더 큰 수익을 달성할 것이다. 물론 축제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위치한 가게라면 그 날 따라 장사가 잘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바로는 축제에 참가한 가게에는 사람들로 가득찼던 반면, 그렇지 않은 가게는 비교적 휑했던 모습을 목격했다.
세번째. 관객 입장에선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다.
재즈 공연은 피자집을 비롯해 펍, 스테이크 하우스, 칵테일 바, 라이브 공연장, 호텔 로비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같은 시간대에 공연이 열리기 때문에 모든 공연을 즐길 수는 없지만, 내 취향에 맞는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보통 페스티벌의 경우 한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분위기를 경험하지만, TJF에선 관객들이 각자 다른 경험을 한다. 나는 피자집에서 재즈를 즐겼고, 어떤 이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재즈를 즐길 것이며, 또 어떤 이는 분위기 있는 칵테일 바에서 재즈를 즐길 것이다. 한가지 더 장점은 오늘은 피자집에서 공연을 봤고, 내일은 또 다른 곳에서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페스티벌을 하루만 즐기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날도 새로운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내가 방문했던 피자집엔 외부에도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연은 내부에서 진행되었고, 문도 닫혀 있었는데, 밖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연주가 들리려나..? 싶었는데 들리더라! 외부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고, 내부에서 진행중인 공연의 연주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게 내부가 공연장의 느낌이었다면, 가게 외부는 연주를 배경음악 삼아 식사를 하는 분위기였다.
TJF 에는 따로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각자의 캠핑의자를 들고 와서 원하는 자리에 앉는 방식! 올해가 무려 25번째 개최라서 그런지 자주 오던 사람들은 당연하게 각자의 캠핑의자를 어깨에 메고 왔다. 축제가 무료라서 의자를 대여하고, 설치/철수 하는 것도 주최측엔 큰 일거리가 되었을 터인데 각자 의자를 가져와 펼쳐 앉으니 손도 덜고, 조금 더 친환경적인 관람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 같다. 한국도 대부분 돗자리를 가져오는 분위기인데, 아마 미국은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서 캠핑의자를 들고 오는 게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TJF 야외 무대 앞에는 암묵적인 댄스 스테이지가 존재했다. 함께 온 파트너와 혹은 혼자서 재즈 선율에 따라 몸을 흔들며 공연의 댄서를 자청하고 나선다. 처음에는 분명 2-3팀이었는데, 다들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홀린 듯이 무대로 나간다. 무대 앞에서 신나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간 친구가 '전국노래자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와서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한국의 재즈는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노래였는데, 미국의 재즈페스티벌은 중,노년층이 주를 이뤘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의 재즈가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사랑하는 트로트와 비슷한 격이지 않을까. 앗. 그러고보니 전에 로빈에게 재즈페스티벌 얘기를 꺼냈는데 로빈이 재즈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던 기억이..! 한국으로 따지면 외국인 친구가 트로트 축제 가자고 한 거랑 비슷한건가..(껄껄)
5. Jazzy한 예술을 펼쳐 보자
나의 단골 문방구도 재즈페에 함께 출석했다. 재즈에 영감을 받아 각종 재료들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는 부스를 운영중이었다. 문방구가 축제의 분위기에 전혀 어긋나지 않고 잘 스며든 점이 인상 깊었다. 재즈와 문구 사이에서 'Jazzy한 예술' 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낸 것도, 재즈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기타, 트럼펫 등의 컨셉을 가져온 것도, 헌 CD를 활용하는 것도. 주제와 재료가 정해져 있으니 어린이도, 어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아이디어와 기획이 꽤나 촘촘히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 재즈를 들으러 놀러 갔던 재즈페스티벌인데도, 요즘 탐방 기록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축제의 멋진 부분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마음 먹으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평소에 안목을 잘 갈고 닦아 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