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배웅하며
잦은 출장으로 부산에서 타 지역으로, 타 지역에서 부산으로 오가는 시간이 많다. 원체 여행을 좋아했어서 역마살이 끼었다 생각했는데 현재 직업은 그 말에 날개를 달아준꼴이다. 백말띠인 나는 마치 한 마리의 하얀 페가수스 마냥 어디든 날아갈 기세로 장시간 거리에 대해서 딱히 부담감이 없어졌다. 그러던중 최근에는 유독 날마다 여러 지역을 오갔다. 그러다 보니 봄이 시작되었다가도 다시금 시작되고, 완연해졌다가도 다시 시작되고, 완연해졌다가도 저물어가는 괴랄한 봄을 느낀다.
오늘의 봄은 나무 밑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을 다 가릴 것 같던 벚꽃들이 겨울 눈송이 마냥 듬성듬성 해진 절정이 지난 후였다. 절정 때는 서울에 있던지라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절친 결혼식의 신랑, 신부 입장을 놓친 기분이랄까.. 부산에서는 다시 못 볼 이번 봄의 최고의 순간을 놓친 아쉬움에 멍하니 벚꽃길을 걷는 내가 영 재미 없어보였나보다. 벚꽃 길 야간 산책 중 옆에 있던 아내가 멍해있는 나를 보고는 낭만이 없어졌다 한다. '나이 들어도 낭만 하면 난데?' 말을 삼키며 연한, 그리고 하얀 꽃 길 밑에서 다시 아내를 위해 흥을 돋운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굳이 부산에서 만개를 놓친 아쉬움보다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인가 싶기도.. 하며 이전의 봄을 회상해 본다. 작년이나 재작년 봄은 타지로 출장에 나갔었지. 그때마다 아내와 서로 다른 곳에서 봄을 체감하다가도 잠시 부산에 내려와 꼭 벚꽃은 보러 갔다. 남성 친구들은 그 뭣이라고 그러냐 할 테지만 그 펑펑 터진 벚꽃들이 주는 마음속 편안함과 미묘한 간질간질함이 있다. (낭만일 수도) 그래서 이리도 심어 놓은 건가. 봄에는 한국 어딜 가나 벚꽃이 드리워져있다. 그래서 나라는 날개 달린 말의 계절은 남들보다 길다. 여길 가면 계절이 온 듯 만 듯, 저길 가면 간 듯 안 간 듯.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봄은 이렇게 자연스레 흘러갔으면 한다.
오늘과 같은 아내와 함께 배웅할 수 있는 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