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길면 비가 오려나
추석이라 온 가족이 모였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어쩌다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젊음이 좋니 어쩌구저쩌구
예전 같았으면 마흔이면 동네 어귀에 앉아 곰방대 물고 어른이랍시고 앉아 있을 때지
요즘은 어디 내밀지도 못하는 나이지만 옛날엔 그랬다
우리네 인생의 저녁 노을도 점차 길어졌다
나의 저녁 노을은 오지 않길 바란다
그냥 늘 한 낮을 살다 어스럼 붉은 빛이 내리면
사라지면 좋겠다
노을이 길면 비가 올 수 있으니
그래도 저녁 노을은 내일에게 희망을 주며 집으로 돌아갈 때를 알려 주니 나름 괜찮다
어릴 적 들에서 일을 하다 집에 갈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는 서쪽 하늘의 붉은 저녁 노을이었으니
그때는 저녁 노을이 반가웠다
하지만
내 마음엔 저녁 노을이 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