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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돌아보다 엉뚱한 생각으로 번지는 월요일

by 말글손

주말 고성 나들이에 신이 나기고 하고 멍하기도 했다. 금요일 저녁 한 잔 마신 것이 영 탈이 났나보다. 토요일 오전 도서관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팀 잠시 위문? 방문 했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향했다. 큰 놈과 낚시를 하기로 했는데 물때가 좋지 않다. 그래도 약속은 했으니, 꾸역꾸역 몸을 움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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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빈 손으로 동해 바다를 돌아다니다, 고향집에 가서 늦은 아점을 먹었다. 버너에 끓여먹는 라면이 토요일의 전부였다. 집을 좀 둘러보고 라면을 먹고 나니 잠이 몰려왔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를 방에서 멍하지 잠으로 보냈다. 꿀잠에서 깨어나지 친구 전화가 왔다. 고향에 왔다고, 맥주나 한 잔 하자고.

친구 가족과 방에 앉아 간단히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에 들었다. 금새 잠이 온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상한이 전화왔다고 했는데 전화도 못했다. 서운하겠다. 전화해야겠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아침 안개가 수더분했다. 안개 머금은 마늘밭 옆에 엄마의 고추밭 정리를 조금 돕고, 엄마와는 짧은 작별의 인사를 하고 취재를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 고성 생태학습관과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이 두 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 기사로 올렸으니, 굳이 여기에 쓰지 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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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요일도 후다닥 지났다. 집에 와서 쌀을 내리고, 애들과 목욕을 갔다. 오랜만에 때를 미니 때가 때가 하수구를 막겠다. 집에 오는 길, 아이들이 '목욕 후에는 바나나 우유지.' 하길래 '그래, 가자. 마트로.'하다가 과일가게가 눈에 띄길래, '집에서 바나나 갈아서 우유에 먹으면 진짜 바나나 우유다.'라고 바나나 한 뭉치를 사 들고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눈에 띄는 토마토 하나와 바나나를 넣고 갈아서 우유와 휘 저어주니 잘 먹는다. 맛나다고 또 해달란다. 저녁 먹고 해준다고 설득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시골에서 가져온 소풀(부추)를 잘 씻어 담고, 처형이 주고 간 머위를 대처서 쌈을 준비했다. 아내가 와서 고기를 조금 구워서 후딱 저녁을 해치웠다.

설거지가 끝나고 텔레비전을 보다 그대로 자려다가 책을 펼쳤다. 아내와 장모님은 친척네에 제사 다녀왔고, 난 아이들을 재우고, 책을 마저 보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월요일은 새로운 뭔가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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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뭔가 새로운 것이 없는 월요일이다. 비가 제법 내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는 복지관에 수업을 하러 갔다. 그리고 그냥 늘 그렇게 수업에 임했다. 어머님이 이런 말을 했다. '보면 알겠는데, 잘 안들린다.'

그렇다. 영어를 오랫동안 공부한 나도 그렇다. 아마 공부로 해서 그럴 것이다. 그냥 말로 했으면 잘 들린텐데. 그리고 말도 잘 할 수 있을 건데. 십 수년을 영어를 지도하면서도 아직도 귀머거리에 벙어리로 살고 있는 나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마 한 우물을 파지 않고 여기저기 쑤셔서 그런가 보다라고 위안을 하지만, 그래도 참 어렵긴 하다. 아마 나와같은 영어 선생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와 같은 영어 선생은 또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그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나는 무슨 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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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창원시 1인창조기업에 가서 비용청구를 하는 법을 물어보았다. 제법 까다롭다. 나는 국가 돈을 공짜로 먹어 보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올바른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쪽팔리지 않은 길이기도 하다. 그래도 개선되어야 할 점은 너무 많다고 느낀다. 1인창조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이어야하나 늘 남을 따라가도록 구조가 되어있다. 너무 창의적이거나 창조적이라도 알아주지 않는다.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있을 법한 아이템을 가져야 한단다. 나는 그런 아이템은 싫은데. 그래도 살아가는 방편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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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더 하고자 책을 샀다. 18권의 책을 질렀으나, 내게 살아남은 책은 열 권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열 권이라도 건져서 다행이다. 10권도 절반은 별로라는 생각이다. 현대의 책은 짜집기가 너무 많다. 아마도 모두가 그렇게 책을 쓰고, 저자가 되어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나도 그렇게 해야지. 그래야 살아남는 법이다. ceo가 갖추어야 할 것은 멋진 벤치마킹이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면 그 회사는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 기업의 대표는 항상 세상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살아 남아 버틸 힘이 있다면, 10년을 내다보고, 5년을 내다보고 일해야 하지만, 나 같은 1인 기업은 꼭 3개월만, 꼭 6개월만 앞서 나가야한다. 오랫동안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 앞서가면 다른 이들이 따라와 주지 않으며,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세상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그와 발맞추어 나가야하며, 혹 미친 듯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처럼 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는 살기 힘들어서도 세상은 나보다 조금 더 추진력 있으며, 현실적이며, 능력있는 누군가에 의해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을 선구자라 할 것이다. 비록 내가 하지 못한 일이지만, 그들은 멋지게 해내었으니 말이다. 나도 하고 싶었지만, 난 현실과 타협을 한 못난이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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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혁가와 행동가와 혁신가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새로운 모임을 만들곤 한다. 아쉬운 점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아쉽다. 조직은 모이면, 늘 밖으로 향하던 힘이 내부로 향한다. 왜 그럴까? 나도 그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위로한다. 그것이 어쩌면 진짜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월요일!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멍하니 보내다, 기사 두 건 보내고, 지원서류 만들고, 초등부 수업 한 판 하고, 중등부 수업 한 판하고, 고등부 공부하는 애들 바라보다, 이제 늦은 밤 이른 내일을 준비하며, 맥주 한 잔 하러 가야겠다. 잡혀있던 강의가 하나 취소되었다. 학교 행사가 4월에 너무 많은가 보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를 누리는 호사를 한다. 내일도 기사 한 건 쓰러 가야겠다. 그리고 또 깊은 생각에 잠겨보고, 책을 좀 읽는 호사스러움을 다시 느껴야겠다.

오늘도 바람은 불고 ,구름은 흐르고, 별은 빛난다.

나도 바람따라 흐르고 구름타고 나르며, 별따라 빛난다.

내일도 그렇게 해는 뜨고, 바람은 불고, 구름은 흐르며, 별이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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