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감을 까 먹으며/ 굴뚝

시 두 편으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다

by 말글손

밀감을 까먹으며

말글손

겨울밤 군불이 잘 든 아랫목에 앉아

사과 먹을래? 밀감 먹을래?

사과는 깎아 먹기 귀찮다며

밀감을 고집하는 막내 형에게

달콤 아삭한 사과 깎아 한 쪽 건네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또 달라며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겨울밤 보일러가 잘 도는 윗목에 앉아

사과 먹을래? 밀감 먹을래?

사과는 깎아 먹는 재미가 있다며

사과를 고집하는 내게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새콤달콤한 밀감 한 쪽 건네면

게 눈 감추듯 뚝딱 먹어치우고

슬며시 입을 벌린다.



굴뚝

말글손

일 년에 두 번은 반드시 바빴다

뜨신 물 쏟아내고 매운 연기 내보내고

이제는 사라지는 그리고 사라진

목욕탕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나면

엄마 손 부여잡은 아들의 고사리 손

아프다 울먹울먹 앙탈 부리며 도망치던

엄마의 속사정도 모르는 철부지 아들

일 년에 두 번은 들렀던 공중목욕탕

이제는 사라지는 그리고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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