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막탄

11명이 한번에 움직이면 좋을까 나쁠까

by 말글손

굳이 좋고 나쁘다기 보다는 일장일단을 가지는 게 가족 여행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는 몇 시간 전까지 바쁘게 움직이다 그나마 시간 맞춰 대구 공항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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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쌀쌀했지만 최대한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항 안에서 잠시 논다.

고개를 돌린 내 모습이 어쩐지 외롭다. 표를 구하고 밥 먹으러 출발.

일층에 있는 밥집은 일본식 요리가 있었는데 너모 비싸서 패스. 이층 식당은 적당한 가격이라 자리잡았다. 동서의 요구에 소주 한 병만 마시려다 두 병을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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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아내는 열심히 촬영 중이다. 서울팀은 세부 막탄 공항에서 만나기로 해서 아쉽지만 출발의 흥분을 함께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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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이 주는 설렘만큼 아쉬움과 걱정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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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찍은 사진을 공유하니 내가 찍지 못한 공간도 살피는 운을 누린다. 검은 도화지에 불빛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언젠가는 하얀 백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백지에 먹물을 떨어뜨릴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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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시간에 정확히 맞춰 출발했고 정확히 맞춰 도착했다. 현지 시각 열한 시 사십오분에 도착.

서울팀과 합류. 차 두 대로 숙소 이동. 밤이지만 낮처럼 사람도 많다. 우리 숙소는 스토리콘도. 남녀 방 하나씩. EZI호텔과 스토리콘도가 한 곳에 같이 있었다. 스토리콘도에서 하루 묵고 따뜻하고 맑은 날씨에 한껏 마음이 들떴다. 비행기에서 맥주 두 캔 마셨다가 아내에게 눈흘김을 받았다. 도착해서 24시간 점빵에서 맥주 하나 마시다가 또 혼났다.

시작부터 께름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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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봐도 여긴 따뜻한 나라가 맞다.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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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원이 있다. 음. 역시. 나도 영어 학원을 다녀야 하나? 내가 영어 강사지만 필리핀 영어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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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필리핀 세부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필리핀으로 가는 길에 생각난 메모들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메모 하나

너와 나 사이에 물리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으나

나와 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아주 의미가 진하다.


어디론가 가야 하는 내 삶에서 내가 어디로 간다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그 막연한 시간과 거리조차

너에게로 가는 나의 끈끈한 마음에는 그저 함박 기대만 넘치게 한다.


메모 둘

별로 멀지도 않은 어느 곳으로 향하는

겨우 서너 시간의 여행에도 변하지 않는 법칙


출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배를 채울 음식이나 갈증을 메울 음료로 마음을 달래준다.

그 약간의 포만감으로 잠을 자거나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역시 인간은 본능에 더욱 충실한 동물일 뿐이다. 이성을 논한다면 먼저 본능을 채워야한다.


메모 셋

공기의 저항이 없다면 나는 날 수 없다.

굉음을 내며 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의 외침은 공허하나 나는 저 굉음의 저항으로 날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저항이 없다면 무엇을 우린 제대로 이룰 것인가?


메모 넷

대구 8시 10분 발 막탄공항 11시45분 착 현지

비행시간 4시간 30분. 지겨움 고생

목적으로 가는 길에는 힘듬과 지겨움 존재

시차 1시간 공항 금연 약 20분 egi리조트

24시간 바. 한국인 알바 아저씨

방도 넓고 깨끗 물이 질질 다시 물이 소중

맥주 마시다 아내가 화냄

남자방 여자방

피곤

서로 말하느라 할 일을 안하고 시간만 보낸다

라면이나 먹고 마음을 죽이자


숙소에서 나왔다. 거리를 둘러보는 것 현지에서 기본. 혼자 걷는 길이 좋다.


당시의 메모

막탄 시내를 걷다보니 덥고 붐빈다. 교통이 복잡하지만 질서가 있다. 잘 정돈된 한국과는 오히려 반대다. 정돈되었지만 질서가 없는 듯한. 시장에서 망고스틴을 조금 샀다. 젊은 총각이 싹싹하다. 바나나는 서비스.


요즘 망고스틴이 비싸단다. 일 킬로에 천 페소.

그래도 흥정만 잘하면 더 싸게 먹을 수도 있다.

흥정이 도가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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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간 맛사지. 일인 당 320페소. 우리 돈 칠천 원 정도. 낮 시간 할인. 맛사지를 즐겨받는 우리 식구들. 아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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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사지 하고 인근에서 밥 먹을 때를 물어보니 여기가 좋단다. 가 본 식당 중에 가장 깔끔. 인스타에 사진 올리면 아이스크림 준다해서 해버림. 열한 명이 각자 종류별로 시켜서 나눠 먹음. 언제 먹어볼지 모르는 낯선 음식들. 딱히 맛나다기보다 다양성을 느껴보는 게 남는 것. 그냥 먹어치움. 정신없지만 그래도 다 맛있게 먹음.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이 좋다고 또 느낌. 본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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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 잡고 잠시 쉬려는데 아내는 이때부터 바빠졌다. 혼자서 열 명을 챙겨 먹이라 놀이감 구해주랴 맛사지 구해주랴 쇼핑 알아보랴 정신이 없었다. 심 카드 이용법을 몰라 고생 시작.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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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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