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다낭의 아침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 아침은 시장을 둘러본 후 주린 배를 채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다낭 시내의 센터 호텔 8층에 있는 식당에 오르니 멀리 한강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바이크의 행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출출한 배를 채우는 것도 우선이지만, 이런 구경을 놓치면 안타까웠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장관이다. 줌 렌즈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더운 지역의 건물은 대체적으로 높다.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군데군데 솟은 고층빌딩이 발전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저 멀리 우측 끝에 보이는 멋진 유리 건물이 무어라 아내가 말해 주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서 사람은 메모를 해야 한다. 참 부족한 것이 인간이다. 언제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실망을 한다.
아침에 둘러본 시장의 풍경. 노점들은 벌써 집으로 돌아갔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함이리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 순간이 참 미안할 따름이다. 언제나 우리 부모들이 그렇듯 잘 견뎌온 일들을 우리는 잘 견디지 못하니 참 못난 현대인들이다.
시원한 하늘과 구름. 복잡하면서도 질서를 갖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냥 내가 사는 마산의 한 단편을 보는 듯하다.
식당 천장 디자인이 꽤나 멋스럽다. 창 너머 하늘도 푸르니 시원한 맛이 절로 난다. 이제 밥을 먹어야겠다. 밥 먹는 사진이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음식은 맛있게 먹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먹고 보자.
밥을 다 먹고 나면 이렇게 기념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제일 큰 일이다. 자연스러운 표정이 제일 좋다는 나와 그래도 여행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아내의 말. 생각은 서로 다를 뿐이다. 웃자. 그래야 이번 여행이 재미나니까.
장모님이 찍어준 사진 한 장. 인물들은 어디 한쪽 구석에 몰려서 집단 이탈을 할 모양새다. 평생을 사진 한 장 찍어보지 못한 어른들의 삶이 갑자기 안타깝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행복한 지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자.
작은 아들의 신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여행은 그저 떠도는 유랑에 불과할 것이다. 행복은 집에 있다.
다시 장모님의 사진사 역할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찍어주겠다는 어른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럼 기대해 볼까나?
한번 찍어 봤다고, 사진이 다르다. 제법 마음에 든다. 인물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사진이다. 한 번만 하고 나면 누구나 이 정도는 된다. 배울 것이 무어냐? 직접 해본 후에 배우는 것이 진짜 배움이 될 것이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하기 전에 인근에 있는 핑크빛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센터 호텔을 나와 잠시 여유를 부리며 인근 점빵에 들러 음료수를 한 병 샀다. 톡 쏘는 맛이 시원했다. 마치 비타 오백에 탄산을 좀 더 많이 넣은 느낌. 가격은 오백 원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백오십 원이었나? 머리가 점점 말라 가는 느낌이다.
성당으로 가는 길에 본 금고 가게. 이 나라에도 금고는 소중한가 보다. 내가 금고가 있다면 나는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지 한참을 고민해 본다.
젠장, 영어만 공부해서는 남는 게 별로 없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정훈이가 적어온 베트남 말 몇 마디가 훨씬 더 유용하다. 이런 걸 보면 녀석의 아이디어는 꽤 맘에 든다. 내가 배울 점이다.
다낭의 유명한 핑크 성당이다. 성당이 전체적으로 분홍빛이 감돌아 따뜻하다. 베트남은 불교를 많이 믿는다고 하는데, 성당이 꽤 유명한가 보다. 잘 지어진 건물이 아름답다. 아마 식민지 시절에 지으진 건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래서 가이드가 있으면 좋은가 보다. 인터넷을 뒤져도 되겠지만, 참는다.
기념사진 한 장으로 성당의 분위기에 빠져본다. 기억이란 희미해져 가는 시간의 흐름이기에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도 꽤 크다. 나를 찍기는 정작 좋지는 않으나, 아이들의 모습을 남기는 것이 좋다. 아마 부모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한다.
같은 장면이 겹치더라도 나에겐 또 다른 느낌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아내와 두 아들과 몸이 불편한 장모님의 모습도 하나로 담아본다. 성당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보기 좋다. 관광객도 꽤 많았다. 낯선 땅에 가면 친근한 우리말에 반가움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리라.
이른 시간이라 다소 한가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진에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 찍기 놀이에 열심히다. 어릴 적에는 사진 한 장이 소중했는데, 이젠 디지털 시대에 막 찍어 두어도 괜찮은 것을 보면 참 세상이 좋긴 하다.
한국인 아저씨를 만났다. 사진 한 장을 부탁하니 흔쾌히 오케이를 외친다. 기념사진 한 장은 세계 누구를 막론하고도 즐겁게 부탁할 수 있는 일이다. 나 역시 그들의 사진을 수십 번 눌러준다. 마음에 드는 한 컷을 고르시라.
금세 사람들이 모여든다. 셀카봉을 든 사나이도 친구의 모습을 찍어주는 사나이도 모두가 한국사람이다. 이국에서 들리는 소리는 모두 우리말이다. 그럭저럭 살기 좋은 세상이다.
엄마가 사진 찍는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방해하는 정훈이는 즐겁다. 친구들 선물을 살 것이라며 작은 손가방에 얼마간의 돈을 넣어 다니는 모습이 꽤나 대견하다.
아들을 쫓아내고 아내의 모습을 남긴다. 아내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모두가 추억이라며. 하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오면 사진을 감상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다. 아마 우리가 많이 늙어 할 일이 없을 때, 그때 다시 돌아볼 수 있으리라.
열대 지역답게 나무마다 이름 모를 과일이 달려있다. 저렇게 생명을 지키고 번식을 하는 것을 보면 자연은 언제나 신기하고 신비롭다. 위대한 자연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길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꾸만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자연의 생에 끼어들려 애쓴다. 부질없다.
오래된 의자에 앉아 찍는 사진 한 장이 언젠가는 오래된 의자처럼 덩그러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빈 자처럼 인간의 마음도 조금 비우면 좋겠다. 우선은 나부터.
훈서의 재촉으로 어쩔 수 없이 모델이 되기로 결정했다. 사진만 찍느라 정작 아버지의 사진은 별로 없다는 큰 아들의 말. 꼭 아버지를 찍고 싶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인생은 돌고도는 것이다.
아베마리아. 작은 동굴을 만들어 그 안에 여러 추억을 담아놓은 곳이 보인다. 우리나라 불교의 한 단편을 보는 느낌이다. 종교를 넘어 인간의 정서는 비슷한가 보다. 그러나 인간의 정서를 뛰어넘어 종교는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큰 사람은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종교 간 벽을 넘는 이들도 많으니 기대할만하다.
성당 뒤편에는 업무를 보는 사무실 같은 공간이 있다. 당최 무슨 말이지 모르니 참 힘들다. 베트남 영어는 우리 영어와도 달라 힘들었다. 물 한 잔 얻어 마시려면 "워더"이러면 안 된다. "와터"하고 강하게 소리 내어야 한다.
사무실 옆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즐비하다. 예수의 모습을 왜 저리 아프게 표현하였을까? 우리를 대신해 생의 고통을 짊어진 모습이라 하더라도 안타깝다. 인자한 모습이면 더 마음에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핑크 성당을 돌아 이제 다음 일정을 따르기 위해 다시 센터 호텔로 돌아왔다. 리셉션에 있는 귀여운 아가씨가 반갑게 웃어준다. 서로 서툰 영어로 온갖 대화를 다하고 나면 식은땀이 등줄을 타고 흐른다. 아내의 전화기 속 사진을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더 정감이 남았을 터이다. 택시를 불러 점심을 겸해 햄버거를 맛보러 가기로 했다.
베트남은 한창 공사 중이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새로운 일도 생길 것이다. 새로운 삶도 생겨날 것이다.
다시 봐도 진짜 오토바이는 많다. 베트남 도로는 웬만하면 일방통행이다. 이런 구조도 제법 맘에 든다.
학교로 보이는 건물을 스쳐 지난다. 택시 안에서 찍는 사진이라 그렇게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물론 그냥 찍는 사진도 별단 다를 바가 없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가 안전모를 쓴다. 이런 면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안전을 위한 스스로의 행위로 보인다.
옛 건물을 지나간다. 멋지다. 우리 한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누군가의 집인지, 역사적 장소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그 모습이 정겹다.
다낭의 종합체육관이다.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예술 행사가 있다고 한다. 힘들게 택시기사와 이런저런 수다를 시도해 본다. 인상 좋은 기사 아저씨와의 유쾌한 수다는 이번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다낭에 위치한 롯데마트. 음, 롯데 마트라. 이래저래 할 말이 많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참, 때론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이 맘에 안 든다.
롯데**는 이 곳에서도 인기인가 보다. 오전 시간인데도 꽤 많은 이들이 햄버거를 드신다. 나라가 어지러운 데는 롯*가 한몫 보태기도 하는데. 여기서 번 돈도 다 일본으로 넘으가려나?
모자가 삼만 동이니 우리 돈으로 천오백 원이다. 나도 세파인가 네파인가 반팔 티를 샀는데 우리 돈 오천 원이다. 음. 옷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난다. 모자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 싼 모자 하나도 기본 오천 원은 하는데.
장바구니가 잘 정리되어 있다. 롯데마트에서 커피 선물과 건과일 선물을 포함하여 장을 보니 십만 원이 조금 넘는다. 맥주도 한껏 샀다. 선물비가 대략 7만 원은 되는 듯싶다.
기사님을 다시 만나 이제 햄버거를 맛보러 간다. 모두가 베테랑 운전사다. 나에게 베트남에서 운전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과속은 없으나, 멋지게 쏙쏙 빠져나가는 교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버거 브로스라는 곳으로 가는 도중의 사진들이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언젠가는 기억이 날 듯하다.
버거 브로스에 도착했다. 처음엔 바로 옆 건물에 섰는데, 문이 닫혀 있어 쫄았다. 옛 건물 바로 옆에 버거 브로스라는 유명한 햄버거 집이 있었다. 아마 건물주가 꼬장을 려 건물을 옮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많지는 않은 테이블이 있고, 우리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이렇게 기념 촬영. 작은 녀석은 피곤한 지 사진을 거부한다. 자기 주관이 참 뚜렷한 놈이다.
한국 사람도 참 많고 외국인도 참 많다. 옆 테이블의 한국인들에게 이런저런 걸 물어보고 우리도 주문을 했다. 역시 먼저 먹어본 사람이 잘 아는 법이다.
이래저래 시간은 점심때가 되었다. 이 곳의 음료 서비스는 특별하다. 유리병에 물을 가득 주면, 콜라는 타 마시는 건지. 여하튼 물 컵은 억수로 크다. 목마른 나에겐 꼭이다. 기사님도 불렀다.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하니 같이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자고 제안. 처음엔 밥 먹었다고 사양을 하더니 함께 한다. 언제 밥을 먹었을까나? 같이 햄버거 하나 먹은 것이 참 마음이 편했다.
햄버거 고기가 억수로 크다. 수제 버거라 그런지 맛도 좋다. 우리나라에 이런 버거 하나 하면 장사 잘 될 것 같다. 음,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내가 덤빈다면 대박 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놀고 싶다. 돈 하곤 상관없이 놀고 싶다. 늘 돈에 쪼들리지만 놀고 싶다. -참 이번 여행 경비는 아내가 전부 부담했으니, 이 정도면 나는 마누라님을 참 잘 만났다. 모두들 나더러 영미한테 잘하란다. 쩝-
이제 우리는 마블 마운틴, 오행산으로 향한다. 손오공이 옥황상제한테 까불다 갇힌 오행산. 가보자 얼른.
난 손오공이 좋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