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을 하는 목적은 일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난 지 대략 오 주가 되었고
지겹다고 이제 병원이 지겹다고 집에 가자는 어머니를 모시고 촌에 왔다
오자마자 호박 따서 넣고 두부넣고 방아잎 넣어 된장국 에 밥 한 그릇 챙겨 먹고 배추 밭에 약 치고 무 밭에 무씨 좀 더 뿌리고 고추대 빼고 고추따고
그 사이 고양이가 우리 집 고양이인냥 졸졸 따라 다니고
새끼 밴 고양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귀찮을까 쫓아도 자꾸 온다
추석에 심은 배추는 잘 자랐고 물론 군데군데 구멍이 나기도 했지만 영 나지 않은 무밭에 무씨를 뿌리고
오래된 집이 애처롭다 다시 고추밭과 시금치 밭을 보니 생과 사가 한 곳에 있음을 느낀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반갑기도 귀찮기도 하다
낚시나 가보려 했더니 어머니 왈
치아라 밥 한 숟갈 떠먹고 자라
낚지도 못하면서
맞다 매번 헛탕질 낚시지만 그래도 막연한 기대는 있지 않은가 낚시를 전투적으로 하진 않으니 뭐 엄마 말이 맞다
그래도 훈서가 좋아하니 한번은 가볼까 생각 중인데 비가 날린다
무성한 고구마 줄기와 썩어가는 고추를 보며 엄마는 한탄이다
여름 내 땄시모 돈도 하고 고추도 한그시 했을낀데 우짜것노
엄마의 한탄에 나도 한 마디 거든다
고마하소 행님하고 내하고 하루 일당이 얼만데
둘이 일당 합치모 고추값 배추값 고매줄거리값 시금치값 다 나오요 일당도 안되는데 맨날 불러 샀소
내 일당이 얼마 되진 않지만 엄마한테 뻥 한번 날렸다
일당보고 하나 우리가 한 거 무걸라고 하지
그렇다 우리가 한 거 먹는게 젤 좋다
그래 도시가 고향인 농사를 모르는 사람은 그러겠지
사 먹으면 되지
촌놈인 나도 사 먹으면 되지
그래도 엄마는 다르다 그냥 먹는게 아니다
일일이 손으로 내 새끼 먹이는거 우짜든가 좋크로
우리나라 국민들도 꼭 알아야한다 수입이 좋다고
땍도 없다
농업이 죽으면 우리는 죽는다 나랏일 보는 정신없는 사람들도 잘 알아야 한다 누구나 GMO는 먹기 싫다
내 새끼 먹을 음식 우리가 키운 걸로 먹이고 싶다
이 주만에 집에 오니 호박도 다 떨어지고 꼭다리도 안 남았다 그래도 이게 더 낫다
약 한번 치지 않아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단감도 맛나다
잘 자란 파 뒤엔 똥장군이 널부러져 있다 어릴 땐 저 똥장군이 아니었는데 이젠 저마저도 구닥다리 폐기물이 되었다
똥장군
장진석
아버지는 큰 거 메고
나는 작은 거 메고
한 걸음 조심조심
앞서가는 아버지 따라가다
한방울 톡
아이쿠 냄새야
꼭대기는 구름 사이에 숨어 버린 구절산이 저 너머로 보이고 저 산 넘어에는 바다가 있다
내가 촌에 오면 좋은 이유는 그냥 이지만
엄마가 빨리 집에 오고 싶은 이유는 농사 걱정 자식 먹일 걱정
일 때문이다
고추대 빼다 주니 앉아 고추따는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