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에게

잊을까봐 잠시 남겨두는 지금의 이야기

by 말글손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나

네가 아주 조그마할 땐

나에겐 넌

그냥 신기했어

똘망똘망 까만 눈이 예뻤고

뽀송뽀송 동글 얼굴이 예뻤고

도톰도톰 앙증맞은 손발이 예뻤어

네가 아주 조그마할 땐

그냥 네가 있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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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에게. 둘

네가 초등학교 입학할 땐

나에게 넌

그냥 걱정이었지

학교에나 잘 찾아갈까

바지에 오줌 지리지 않을까

빤스에 똥이라도 묻히지 않을까

네가 초등학교 일학년 땐

그냥 네가 온통 걱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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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에게. 셋

네가 자라 오학년이 되니

그냥 네가 듬직하다

동생을 잘 놀아서 고맙고

엄마 말씀 잘 들어서 고맙고

매일 일기도 잘 써서 고맙지

네가 자라 오학년이 되니

잘 자라준 네가 그냥 듬직하다

그런데

아버지 걱정은

내가 자꾸 네게 요구하는 게

많아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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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버지가 어릴 적 추억의 하나

빤스 그물

매미 울부짖는 거류산

계곡 물 모여 휘도는

큰골고랑 큰 바위 아래

새까맣게 그을린 꼬마

물려 입은 커다란 빤스

부끄러워 살며시 앉아본다

배고픈 물고기

잘 불은 까만 때 보고

아우성치며 달려드니

빤스 사알짝 땡겼다가

톡! 놓으니

빤스 그물에 고기가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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