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잡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다.
잡지를 뒤적이다 인생을 발견하다
잡지를 뒤적이다 인생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잡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잡지에서 찾은 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1970년대, 아직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거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아직은 시골 마을까지 들어오기에는 그 모든 것이 한창 부족했던 시기지만 처음 잡지를 만났습니다. 당시에는 잡지라는 말조차도 몰랐지만, <농부>라는 -명칭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잡지는 환하게 웃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표지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모내기를 하면서 모를 물 잡힌 논으로 힘차게 던지던 아버지의 모습, 소꼴을 베어 오시면서 지게 안에 숨겨온 줄딸기를 살며시 내놓으시며 환하게 웃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그 잡지의 표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중참을 인 어머님의 모습도 잡지의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잡지의 표지에서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무난한 막내아들의 삶은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삶은 혹독한 값을 치르고 남은 가족들에겐 시련의 시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강인한 어머님의 사랑으로 다섯 남매는 무난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막내인 저만 빼고 말이죠. 어쩌면 아버지의 죽음과 큰 형님의 죽음이 제 삶의 희망을 꺾었다고 이런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친 20대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삶은 모두가 내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둠에 길들여진 눈은 밝음에 적응하기 힘들 듯, 십여 년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냉엄한 현실의 벽을 쉽게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문득, 정말 문득 현실의 벽을 뛰어넘으려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토익 시험을 치를 요량으로 서점에 책을 사러 갔습니다. 영어 서적 한 권을 사려다 우연히 영어 잡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영어라는 언어에 관심이 있던 저는 영어 잡지나 영자신문을 폼으로 들고 다니곤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그냥 그런 영문판을 들고 다니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서른이 넘어서야 작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애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가장 우선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저는 옛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영자 신문과 잡지를 통해 삶의 이야기와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당장 성적과는 무관하지만, 삶의 힘이 될 거야.’
시험 성적을 우선으로 보는 부모님들을 이겨내고, 영어잡지로 수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쉽게 느꼈습니다. 수업을 하기 위해 저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영단어의 실제 용법을 익히고, 낯선 구문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영어 잡지는 아직까지 한국에는 낯선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공부하던 나는 어느새 영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번역사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80점이 통과인데 78점, 68점, 76점. 세 번을 떨어지고 나니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말이 참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예전부터 열심히 읽던 <좋은 생각>과 같은 월간 잡지를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가벼운 잡지에서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느낀 저는 다시 책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문학 서적도 많이 읽고,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면 무작정 책을 샀습니다. 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꽂히는 책도 많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어느새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잡지에서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우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세상 사는 이야기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시민기자 활동은 나날이 늘어나 최대 10곳이 넘는 기관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했습니다. 틈틈이 생활을 기록하거나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서정문학>에서 동화로 등단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치른 번역사 시험에서는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평소에도 손에 잡히는 다양한 잡지를 읽은 덕분에 공간 활용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잡지, 책,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생겨났습니다. 이후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하여 지역 사회에서 더욱 열심히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니, 교육부 장관, 경남도시사, 창원시장 표창도 받고, 각 기관의 감사장도 받았습니다. 삶의 희망이 생기다 보니 효행상과 좋은 부모상도 수상하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자, 예전 꿈들이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하고, 그 실천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욕심마저 들었습니다. 운영하던 영어교습소를 접고 지역에서 사설 작은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수입은 거의 없는 도서관이지만, 배움의 즐거움과 독서의 즐거움을 당장은 제 자식부터 시작해서 이웃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도서관을 열면서 지역 문인협회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습니다. 아직은 글이라 내세울만한 자신은 없지만, 지역에서 활동을 부지런히 하면 최소한 글을 쓰는데 게을러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덕분에 지역의 몇몇 문협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40대 가장의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도서관은 수입이 없으니 외부 강의를 다니며 삶의 방향에 변화를 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강의가 전부였지만, 점차 강의 분야를 넓혀갔습니다. 도서관을 활용하여 다양한 강의를 지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그동안 열심히 일하는 제 모습을 인정해준 지인들이 강의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맡은 강의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강의란 최선을 다한다고만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삶의 이야기를 비롯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현상들에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교육과 문화를 비롯하여 경제,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신문과 잡지를 더욱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은 좋은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나갔습니다. 부모교육, 리더십 소통교육, 진로인성교육, 경제진로교육,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강의를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배움이었습니다.
배움을 전하고, 공부의 즐거움을 나누다 보니 이제는 지역에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강사이자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와 인연이 닿은 많은 분들은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나요?”
“늘 배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순간을 즐기며 그 순간에 집중할 뿐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많은 영감을 주잖아요.”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제게 연락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생각과 이야기를 그들과 나눕니다. 그 사이에 오히려 저는 더 큰 복을 얻기도 합니다. 사람과의 인연이 그렇게 이어지고 연결되어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틈틈이 삶의 이야기를 남긴 전자책<시시콜콜 잡다한 이야기>와 <하루 48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동화책<꿈보다 해몽>을 내고, 다시 동화책을 펴내기 위해 열심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른이 넘어서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잡지 한 권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제게 단비와 같은 인연이었습니다. 잡지 한 권이 제 인생의 물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도 경남도청과 교육청에서 나오는 월간지를 꾸준히 구독합니다. <샘터>, <좋은 생각> 등 생활의 이야기가 넘치는 월간지도 즐겨보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지역 신문은 물론이고, 문학잡지도 정기구독을 하면서 행복한 읽기의 세상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독서 동아리 책도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큰 울림을 주는 잡지를 선정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스치는 순간에는 펜을 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의 멋진 멘토가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