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고소하다
장진석
같은 밭에 같은 거름을 흩고
같은 날에 같은 씨앗을 뿌렸다
같은 날에 같은 비를 맞았고
같은 날에 같은 해를 담았다
같은 날에 같은 바람을 훑었고
같은 날에 같은 벌레를 만났다
같은 날에 같은 마음으로 품었고
같은 날에 같은 눈물을 흘렸다
꼭 같이 대했건만 너는 잘났고 너는 못났다
성질 급한 놈 햇살에 입 벌려 노래 부르고
성질 더딘 놈 바람에 콧노래만 흥얼거린다
한날한시에 피고 지면 좋으련만
늙은 어미는 굽은 허리로 알알이 움켜쥔다
베어낼 때 도망가는 놈 털어낼 때 도망가는 놈
이 놈 저 놈 잘난 놈은 멀리 날아나고
못난 놈만 어미 손에 남았다 참기름 고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