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다는 사실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함정

by 말글손

할 일이 없다고 실망스러우세요?

지금 당장 제가 느끼는 기분이 그렇습니다. 자신에 대한 실망, 가족에 대한 미안.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온 몸에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시 나를 제자리에 두고, 저 건너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의외로 나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뭘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별로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책을 좀 보거나, 텔레비전을 좀 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가끔 하늘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참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언제 저런 여유를 즐겨보나 싶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비워야 채워진다고 하지요.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 머릿속이며, 마음속에 차 있던 오물을 비우고 있었습니다

할 일이 없다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나를 계속 몰아붙이며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고, 일거리를 찾지 않는다고,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는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나를 잘 볼 수는 없는데, 그런 나를 보면서 수없이 몰아붙이니 혼자서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나를 잠시 두고 저 건너서 보니 이렇게 여유 있고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내가 나일 때는 지겹더니 내가 남이 되니 부럽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나의 삶보다는 타인의 삶을 더 살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나일 때 참 행복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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