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언장

언젠가는 꼭 해야하는 말

by 말글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누구나 건강히 장수하길 바란다.
그 삶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여든 여섯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말하셨다.


-에구. 내가 퍼뜩 죽어야 하낀데.


그 당시의 진심이든 그냥 하는 말이든 자식이 듣기에 좋은 말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그 말에 자식으로 잘 모시지 못했거나 자랑스럽게 성장하지 못한 죄책감에 공허한 말만 내뱉었는지도 모른다.


-고마하소. 맨날 그 소리요?그리 말하모 좋소?


그때 어머님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지만 딱히 뭐라 대꾸할 도리가 없었다.


지금 나는 인생의 절반 즈음에 걸쳐져 살아간다.

내가 정한 삶의 어느 선이 24시간 하루라면

정오를 지나간다고 말할 순 없다.

난 한창 뜨거울 오후 두 시.

딱 그 때이길 바라지만 나에게
언제 붉은 노을이 내려 앉을 지 모르니

그 사이 어둠이 덮어 한밤이 올지 모르니

미리 나의 마지막 말을 한창 뜨거울 지금 남겨야겠다.



나에게


그 동안 소중한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살아서 정말 행운이지.

내가 준 사랑보다 한참을 더 많이 받았으니 고마운 삶이야.

젊어서 열심히 배우지 않아 남은 후회를 늦게라도 만회하느라 수고했어.

솜씨도 없는데 책을 열 권이나 내었으니 잘 했어.

소중한 분들 만나서 정말 행복했지.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다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지.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

너무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여러분 은혜에 이 세상 잠시 행복하게 즐기다 저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갑니다.

그리고 제가 살면서 지은 모든 죄는 제가 모두 안고 가야지.

다음 세상에서는 조금씩 갚아야지.



아내에게


그 동안 부족한 남편 만나 고생 많았어요.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해
애도 많이 태워 더 미안해요.

경제적 능력도 안되는데 하고 싶은 일은 많아서
당신만 고생이었지.

결혼 시작부터 모든 생활을 당신 덕에 할 수 있었고

든든한 두 아들도 당신 덕에 잘 자라주어 무어 할 말이 있겠나요?

당신에게 남겨 둘거라곤 못난 남편이 이래저래 이어놓은 인연의 끈 밖에 없어 더 애처롭다.

살면서 변변한 생활거리도 모아두지 못해 너무 미안해.

당신 덕에 사는 날 하루하루가 기대였고 즐거움이었어.

가끔 싸우기도 했고 그 까짓거 지나면 다 잊혀질거라 생각했지만 도돌이표처럼 떠오르는 걸 보니 참 지은 죄가 많다 싶다.

이제라도 용서를 빌게. 다음 생에 행여라도 만나면

그냥 좋은 친구로 그리 만나면 더 잘해줄 수 있을거야.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훈서. 정훈에게


아들아.

별 멋지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고생 많았다.

그토록 소중한 내 아들들

세상은 멋진 모험과 도전이 넘치는 곳이다.

세상의 시작은 너희들에게 있고 그 끝도 너희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답이 매번 바뀐다고 걱정 말고 끊임없이 물어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언제 어디서 살아가는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왜 그런가?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 질문과 질문을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해서
끊임없이 해보길 비란다.


아버지가 남겨두고 갈 건 없구나.

너희들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성찰해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 스스로를 도우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어머님, 장모님께


고맙고 사랑합니다.



형제자매들께


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막내 챙겨주시느라 늘 고생이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에게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께

고맙고 고맙습니다.

혹여 제가 부덕하여 늘 도움 받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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