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줄
시간이 무심토록 흐르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녹이 슨 군번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생각에 잠겼다
잊은 줄 알았는데 엉겁결에 숫자들이 튀어나왔다
94-71040881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웅얼거렸다
이십 오년이 흘렀는데 변한 것은 번호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녹이 슨 군번표 두 개와 언제 끊어질지
모를 만큼 녹이 슬어 시골집 벽에 박힌 군번줄보다
오래된 낡은 못에 매달려있는 나의 청년의 기억
흐릿한 기억으로 그 시절을 되돌아 보다, 그랬구나.
그래, 그때가 지금보다 좋았구나. 하는 막말을 쏟아내는
우스운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세월은 그렇게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는 어른들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