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고발합니다
말글손
자식들 아침밥 가마솥에 올려두고 소마구간 닭장을 오가며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새끼들 입에 밥 넣은 엄마를 고발합니다.
한 평생 논밭이 전부인 냥 한낮의 땡볕 아래서도 쪼그려 앉아 무릎팍이 다 나가도록 호미질로 날을 보낸 엄마를 고발합니다.
장대비 내리고 태풍이 몰아쳐도 괭이 한 자루 움켜쥐고 논두렁 밭고랑과 씨름하고 지쳐 돌아와 집 주위를 돌아본 엄마를 고발합니다.
반찬도 다 있다, 다리 아파 놀러 못간다,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돈 쓸 일이 오데 있노, 자식들 걱정할까 걱정하는 엄마를 고발합니다
부추 들고 가라, 파 들고 가라, 호박 들고 가라, 고추 들고 가라, 마늘도 가져가라, 쌀도 가져 가라, 매번 가져가라고 하는 엄마를 고발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온 몸은 아파 유모차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쌓여가는 약 봉지에 방금 한 말도 잊어버리고 몇 번을 되물어보는 엄마를 고발합니다.
그 모든 기억조차 잃어버린 엄마를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