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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

기억은 추억이 되고

by 말글손

추석이다. 이런저런 사연이야 집마다 넘치겠지만 우린 그저 소소한 가족 이야기 뿐이다.


엄마는 총명하셨고 지혜로우셨다. 엄마 덕에 6남매는 머리 나쁘단 소린 듣지 않고 자랐다. 제법 똑똑하다는 자식도 많으니 말이다. 그러시던 엄마도 세월의 외로움에 지고 계셨다는 사실을 놓치고 살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말이다.


시골에서 홀로 6남매를 거두시느라 고생이야 뻔하셨지만 잘 견디어 내셨다. 꼬마시절 논에 참새를 쫓으러 가면 논두렁에 앉아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말은 가을바람 타고 황금 들판을 날아가 버렸지만 엄마가 낫으로 깍아주던 덜 익은 단감의 떫은 단맛은 고스란히 기억에 남았다. 시원한 바람이 잠시 불어 오면 가을볕의 따가움도 잊었다. 엄마와 단둘이 논두렁에서 같은 들과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 소쿠리에 담아 걸어놓은 식은밥 한 덩이를 물에 말아 김치와 먹어도 좋았다.


청에 앉아 글을 쓰니 엄마가 나오셨다.

-내가 와 이리 정신이 없노?

-고기장 본 거는 오데 있노?

-낼 일하로 올 사람도 없네.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자책만 하시는 엄마.


그래도 난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똑똑하고 총명하고 현명하다는 사실을 안다. 일부러 저러신다는 걸 안다. 우리 엄마시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예쁜 우리 엄마와의 추억은 나 혼자 맘에 담아 두련다. 가을바람 타고 날아가 버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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