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뒤에서 듣는 말에 가끔은 맥 빠지고

by 말글손

한때는 누구보다 허망하게 시간을 보내며 공간을 죽였고 지금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시간을 보내며 공간을 살린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가 있는 곳을 바꾼다.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길 바란다. 대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앞서 나서길 꺼리는 이들도 각자의 그만큼은 말이다. 나서길 원하는 이는 그런 마음이 더 강하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나선다는 것은 이끌고 싶다는 반증이다. 수레를 끌든 밀든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한쪽만 힘들 뿐이다.


스치는 인연이 너무 많아 얼굴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잘 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에 다시 고개를 끄떡이며 옛 친구를 그리워한다. 오래 묵을수록 장은 그 깊은 맛을 더하니 사람도 이와 다를 바 무엇일까?


오랜 친구를 떠 올려본다. 마흔여섯. 평생을 함께 한 어머니. 형제자매, 고추 내놓고 뛰어다닐 때부터 친구들, 열일곱 해를 같이 산 아내, 십여 년을 보내는 두 아들. 오래 만나 내 맘 같을 거라 생각했다. 잘 안다고 믿었다. 그래도 말이다. 모두 내 맘 같지 않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었다. 각자가 고유한 존재니 각자는 각자대로 산다는 단순함.


차라리 스치는 인연처럼 가면이 필요하다. 결코 모두가 나와 같지 않으니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너무 두꺼운 가면은 벗고 약간은 가벼운 가면 서너 개를 준비하자. 내가 있는 어느 곳 어느 때에 적당히 내 속을 가리는 가면.

사람을 알아가는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알맹이 다 보여주면 진실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건 세상에 없다.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두께만 다를 뿐.



어제 본사 얘길 듣고 사람과 돈과 타인과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