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만 가야 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무선은 날로 지쳐가는 몸뚱이가 싫었다.
-세월 앞에서 우짜겠노.
사위를 앞세워 어시장으로 향했다. 찬바람에 몸을 똘똘 쟁여 메웠지만 바람은 늙어가는 피부를 거칠게 쓸었다.
마산 앞바다를 앞에 두고 길게 늘어선 골목엔 장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 오늘은 새우가 쌉니다. 보리새우. 한 상자 칠만 이천 원. 반은 삼만 육천 원.
-아구 사가이소. 싱싱합니다.
-우럭도 싱싱하고 좋아요. 쌉니다.
-오늘은 조개가 싸고 좋습니다. 보고 가이소.
- 뭐 좀 드릴까예?
어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말에 갑자기 무선도 기분이 좋아진다. 진짜 좋은 물건이 싸 보이고 없던 입맛도 돌아와 충동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역시 시장 상인들의 말에 부정어는 하나도 없었다. 시장은 긍정 에너지만 넘치는 곳이다. 상품의 질은 집에 오면 제대로 보일 뿐. 상인들도 장사가 끝나면 온 몸이 아파 죽겠다는 부정어가 쏟아지겠만 말이다.
-뭐 좀 사가서 반찬 해 무우꼬?
-김장 담글 거만 사 갑시다.
보리새우와 굴을 담았다. 그 사이 조개도 손에 들려 있었다. 어쩐 일인지 사위의 잔소리도, 뭘 사가자는 제안도 없었다.
마산역 번개시장으로 향했다. 배추도 살 겸 이런저런 장을 볼 생각이었다. 배추, 갓, 당근을 샀다. 사위는 이번에도 아무 잔소리도 없었다. 아마 이제는 무선의 장 보기를 말리기를 포기한 듯했다. 따뜻한 콩국 한 그릇으로 장보기는 끝났다. 이제 김장이 걱정일 뿐이다. 무선은 오늘도 금세 지친 몸을 뉘었다. 갑자기 멸치젓을 퍼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인생은 움직일수록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때론 가짜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