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절이느라 온몸이 굳었다. 근육은 뭉칠대로 뭉쳐 걸을 때마다 욱신거렸다. 남편은 아침부터 봉사가 있다며 도망을 쳤다. 우리 집 김장이나 좀 돕지 무슨 김장봉사 간다고 도망을 가다니. 기가 찼다. 하지만 웃으며 보내리라 다짐했다.
-인생은 제 욕심에서 무너진다. 상대방에 대한 바람을 조금만 줄이면 배려가 자생한다.
다행이 형부네가 와서 같이 도와주니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김장 경험이 별로 없는 형부가 큰 힘이 되었다. 저린 배추에 맛나게 비벼진 양념을 배추에 치댔다. 집집마다 돌아갈 김장을 김치통에 담았다. 방 청소하고 찌푸둥한 몸을 풀러 목욕탕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엄마와 언니랑 같이 간 목욕탕이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장면을 되감는 것이다.
저녁이 되니 온 식구가 모였다. 수육, 치킨, 과메기까지 준비하니 넉넉한 밥상이 마련되었다. 조카들도 오고 큰 언니까지 합류하니 거나한 잔치가 되었다. 온 몸이 아프니 시원한 맥주가 맛났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라 그런지 더 잘 넘어갔다. 형부와 남편은 맥주, 소주,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즐겼다. 온 가족이 신나는 대화의 장을 펼칠 때 문득 옛 추억이 떠올랐다.
-아제가 집에 와서 휴지를 달라는데 신문을 잘라 쓰던 우리집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회상과 추억이 한데 섞여 돌아가며 심심한 안주가 되어 깊은 겨울밤이 깊어갔다.
-살아가는 모습이 닮은 듯 다른 까닭은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가 더 어렵게 역경을 극복했는지, 누가 더 큰 성취를 했는지 비교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