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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의 사생활 엿보기

갑작스런 사돈의 방문

by 말글손

입맛이 없어진지 오래다. 방금 한 일도 잊어버리고 생각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가 다녀가면 혼자 텅빈 집을 지킨다. 아이들 전화나 기다리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면서. 뒷밭의 시금치는 잘도 자라는데 캐고나면 집으로 들고 오는게 큰일이다. 포대에 싸서 굴려 나오면 숨이 찬다. 여든 여섯 기계를 너무 험하게 사용한 표가 난다.


며느리 전화가 왔다. 집에 온단다. 잠시 마루에 앉아 있으니 막내 차가 들어온다. 뜬금없이 사돈도 오셨다. 며느리와 사돈이 같이 오니 웃음이 절로 난다.

-아이코. 우짠 일이요? 먼걸음 하셨네예.

-뭐로예? 자주디리 오는데예.

잠시지만 휑한 집에 웃음이 돈다. 며느리가 김장을 들고 왔다. 지난 주에 빼간 배추로 김장을 했단다. 김치통 정리하느라 집이 분주하다.


-어머니, 마산에 가입시더. 가서 한 며칠 쉬다 오거로.

-안 할란다. 집이 제일 편타.

-가서 좀 쉬다가 오거로예. 맛난 것도 먹고.

-귀찮다. 집이 제일 좋다.


오늘도 내 고집이 이겼다. 자식들 집에 가는 것도 좋지만 내 집이 제일 편하다. 평생을 여기서 살았다. 여기서 세상 여행의 마지막을 맞을거다.


우리 엄마 말이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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